[ZOOM IN] 오디션 시대에 대통령 후보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7-19 17:27:11
  • -
  • +
  • 인쇄
▲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대한민국이 '국민 오디션' 열풍으로 뜨겁다. 한 종편채널 방송이 신인 가수를 오디션 경선 방법으로 뽑으며 트롯 열풍에 불을 댕겼다. 공영방송과 메이저급 방송들도 유사한 프로그램 편성으로 연일 기름을 붓고 있다. 방송국마다 각각 다른 장르의 음악 실력을 가진 1인자를 오디션 경선 방법으로 선출해 시청자의 눈과 귀를 TV 앞에 고정시켰다. 한마디로 오디션 전성시대다.

대중문화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이 가져다준, 오디션 경선 선출 방식은 현시대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오디션 경선의 특징은 국민이 관객 겸 심사의 주체가 된다는 흥미와 참가자 개인의 인기가 승리 견인의 척도라는 점이다. 약삭빠른 정치권도 오디션 열풍에 편승해 인재를 선출하고 있다. 국민의 힘은 당대표를 국민 오디션 경선방식으로 선출해 흥행몰이에 성공하였으며, 대변인도 같은 오디션 배틀 방식으로 뽑아 연이어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민주당도 이에 뒤질세라 대통령 후보 선출을 오디션 경선 방법으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인재를 오디션 경선 방법으로 선출하는 방식은 긍정적 요소가 많음에도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있다. 경선주의가 사회적 비중이 커지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오디션 예능감이 인기주의의 정서를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과 근본을 수사(修辭)와 감각이 압도하는 현상, 외양과 언변이 실력과 내공을 능가하는 현상, 바로 이것이 본말이 전도된 만사 오디션 주의의 맹점이다. 가리지는 부분이 많음에도 나타난 현상만으로 선출된 우승자에게 붙여주는 챔피언 수식어의 위용으로 인한 견인 효과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며, 이에 편승하는 기생세력이 기하학적으로 늘어나 사회적 에너지가 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오디션 만능주의 주역은 단연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스타의 홍수 사태를 맞고 있다. 움직일 때마다 화제를 뿌리며 수많은 팬클럽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각계의 스타들은 그 위세가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다. 특히 자기편 지지층의 무조건적 지지를 받고 있는 스타 정치인은 인기가 곧 정의이자 진리인 양 행세하고 있다. 오디션 만능주의 세상에서 작금의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인기순위, 인기경쟁, 인기투표, 인기몰이 등이 아닐까 싶다.

스타가 지배하는 세상은 올바른 지도자의 입지가 사라지는 사회적 대가를 지불한다. 국민이 스타 숭배에 흠뻑 빠진 나머지 지도자를 꿈꾸지도, 키우지도 않는 것이 지금의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인기를 좇는 스타는 대게 목전(目前)만 내다보며 시류에 영합하고 대중에게 아부한다. 이에 반해 지도자는 일반 국민에게 삶의 모범과 패턴을 제시하고 미래의 희망을 주는 인물이다. 성실성과 진지함, 그리고 지성으로 시대정신을 대변하고, 용기와 지략으로 사람들을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며 나라를 위기에 구하는 인물이 바로 올바른 지도자인 것이다. 그러한 지도자를 우리는 영웅이라 칭하며 그를 통해 사회는 롤모델(role model)을 얻고 목표와 자신감을 되찾는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외화내빈의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은 스타는 넘치는데 지도자는 눈에 별로 띄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는 수많은 스타들이 결코 아니다. 보다 절실한 것은 국민들에 피와 땀과 눈물을 용감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요구할 줄 아는 진정한 영웅의 출현이다. 나치 독일의 공세에 따라 영국의 국가적 운명이 풍전등화에 달린 시점에서 국민에게 "자신은 피와 땀, 눈물과 노력밖에 없다며, 앞으로 닥쳐올 고난을 경고하고 희생의 세월에 대비하자"고 호소했던 처칠 같은 영웅 말이다.

오디션 경선은 지나친 인기 영합에 좋고 싫음으로 치우칠 수 있기에 우려스럽다. 우리는 좋고 싫음을 중시하는 인기 위주의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옳고 그름의 가치에 대해서는 서로 함구(緘口)하는 분위기다. 그런 만큼 진솔한 지도자가 나타날 여지도 좁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신념과 책임의식으로 무장한 시대적 지도자가 없기에 사람들은 스타들에게 일시적인 위로를 대신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대중 인기 영합의 포플리즘이야말로 감언이설과 혹세무민의 온상이 아니겠는가.

대통령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은 스타를 뽑는 게 아닌 5천만 지도자를 뽑는 과정이다.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란 과거와 싸우는 것보다 미래 비전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 대중적 인기보다 국리민복의 책임 윤리의식이 철저한 사람일 게다. 정치경력이 전무하고, 과거를 수사했고, 심판했던 사람들이 미래를 다루는 영역을 잘할 수 있을까? 국민을 편 가름으로 진영논리에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람들, 본질이 가려진 채 나타난 현상으로 인기만 있는 사람이 대통령후보자가 되어야만 하는가? 물음이 생긴다.

정치의 계절에 멍석을 핀 오디션 마당에는 스타를 자임(自任)하는 야심가들이 뒤범벅이 되어 오디션 마당에서 자신의 위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이 야심가들은 저마다 잘났고 자신만이 현시대의 난제를 풀 수 있다 주장하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혹독한 검증대 위에 섰다. 대통령 후보 자리가 야심가들의 입신양명을 위한 것인지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국민은 헛갈린다. 누가 국민의 눈길을 잡는 주인공이 될지, 어느 때보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철원 논설위원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