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홍익인간’ 교육이념 후폭풍

노금종 발행인 / 기사승인 : 2021-04-25 18: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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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금종 발행인

[일요주간 = 노금종 발행인] 최근 여론의 호된 비판 속에 거센 역풍을 맞았던 ‘홍익인간’이라는 말은 ‘삼국유사’ 고조선조와 ‘제왕운기’ 전조선기에서 고조선의 건국과정을 서술하는 내용 속에 포함되어 있다. 홍익인간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기는 하나 결코 편협하고 고루한 민족주의 이념의 표현이 아니라 인류공영이라는 뜻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과 부합되는 이념이다.


민형배 의원은 3월 24일 여당 의원 11명과 함께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2조 ‘교육이념’에 나오는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란 표현을 아예 삭제하고,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이라는 문구를 ‘모든 시민으로 하여금’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로 “표현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교육 지표로 작용하기 어렵다”며 “지난 70년간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1949년 제정된 우리나라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기본 틀을 규정한 ‘교육기본법’은 홍익인간 정신을 교육이념으로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단법인 국학원은 이달 21일 홍익인간 교육이념을 삭제하는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이날 회견에는 전국민족단체협의회, 홍익교원연합, 국학원청년단, 국학운동시민연합, 인성회복국민운동본부, 우리역사바로알기 등 60여 개 단체가 동참했다.


특히 대종교는 “일제강점기 수많은 학교가 설립됐는데, 개신교가 설립한 학교도, 대종교를 비롯한 민족종교들이 설립한 학교도, 많은 무장 독립군을 배출한 신흥무관학교도 단군 사상을 가르쳤다. 청산리 대첩 승리를 이룬 북로군정서의 지도자와 군사들도 모두 단군 사상으로 무장했다. 이렇듯, 홍익인간은 초종교적인 개념으로 대한민국의 뿌리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각계에서 후폭풍이 거세지자 민형배 의원은 결국 발의를 전격 철회했다.


사회 전반에서 표출된 비판의 요지는 이렇다. “임시정부 강령에도 우리나라의 최고 공리는 홍익인간이라고 명시돼있다. 개정안 발의 시도 자체가 헌법 정신을 유린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가뜩이나 축소되고 왜곡된 우리 상고사를 아예 말살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각계각층의 반대 여론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민형배 의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지적한 ‘인류 공영’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나온다. 홍익인간 이념이 구체적으로 실행되지 못한 것은 ‘포괄적, 추상적, 비과학적’이 아닌 홍익인간 이념에 대한 인식 결핍과 이를 심도 있게 연구하여 반영하고자 했던 노력이 매우 부족한데 주요 원인이 있다.


더욱이 우리 전통사상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단절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서구 교육철학에 의해 전개되었던 교육현실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홍익인간이라는 교육이념은 한국인의 고유한 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주체성을 나타내며, 한민족뿐만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공영을 추구하는 상생의 철학으로 보편성이 있으며,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실성을 띠고 있는 심오한 이념이다.


이렇듯. 홍익인간은 한낱 국수적 민족주의 이념으로 치부될 수 없는 정신이다. 홍익인간은 우리 민족정신의 정수이며, 기독교의 박애정신, 유교의 인(仁), 그리고 불교의 자비심과도 상통되는 전 인류의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는 홍익인간 정신을 얼마만큼 알고 진정으로 자랑스러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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