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랑의 매' 법에 묶인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05-27 0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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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의 시사터치]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 = 최충웅 언론학 박사 ] 내 자식 잘 되라고 치켜들던 ‘사랑의 매’가 법으로 묶이게 됐다. 5월 23일 정부가 민법에 규정된 '친권자 징계권' 조항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명시된 징계권의 한계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 마치 부모가 자녀를 때려도 된다고 해석될 수 있어 징계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친권자 징계권’ 조항은 1960년에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개정이 없었으며 아동에 대한 체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인용됐고, 아동복지법상 체벌 금지 조항과도 상충하는 면이 있어 개정 필요성이 있다는 배경이다.

2020년까지 민법상 ‘징계권’ 용어를 변경 개정 한다는 근본적인 이유가 우선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를 방지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루 학대당하는 아이가 평균 67명이고 학대 책임자는 70~80%가 부모라고 한다. 정부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를 근절하기위해 정부가 관리감시 체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2017년 국내에서 아동학대 발생 2만2367건 가운데 30명이 숨졌다. 월 2.3명의 아이들이 아동폭력으로 사망한다. 이 가운데 76.8%인 1만7177건의 가해자는 ‘부모’였다. 학대·유기·이혼·빈곤 등으로 가족과 분리된 아동은 2017년 4만4000여명이다. 아이들을 본인의 소유물로 생각하며 저질러진 불행한 사태이다.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선 ‘체벌로 자식을 훈육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목상 아동학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가정교육에까지 개입하느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각 가정마다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는 저마다 철학 있고 방식들이 있는데 이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통제하고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 아니냐. 학교에선 교권 추락으로 공교육이 멍들고 있는데, 이제 부모의 정상적인 가정 훈육권 추락까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현장에서도 훈육을 위해선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속되고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전국 20~60살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체벌이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 응답이 68.3%로 가장 많았다. ‘전혀 필요 없다’는 5%, ‘필요 없다’는 18.2% 였다.

이번 5. 23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 바로 다음날 24일 경찰청은 ‘아동학대 수사매뉴얼’을 전국 255개 경찰서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매뉴얼엔 훈육 목적이라 해도 부모가 자녀에게 신체·정서적 학대를 가하면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지침이 담겨 있다. 아동 학대 유형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등으로 세분화하고 유형별로 구체적인 판례가 담겨 부모와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학대를 처벌할 수 있는 유형을 세분화했다.

자녀가 숙제를 하지 않거나 귀가 시간이 늦고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회초리를 들었다가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루에 식사를 한두 끼만 먹이는 것도 학대 행위로 간주되며, 유모차를 흔들며 겁을 줘도 수사대상이 된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도 형사 처벌 대상이다. 질병을 앓는 아동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거나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등 교육을 받지 않게 내버려 두는 것도 아동복지법 위반이다.

친권자 징계권을 명문화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며 스웨덴 등 54개국은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가정과 학교 및 아동관련 모든 기관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비폭력 훈육을 장려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징계권을 삭제하면 아동 체벌에 대한 국민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랑의 매’가 지닌 체벌에 대한 의미가 사회적으로 사람마다 느끼는 수준이 달라 법으로 규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체벌이란 회초리로 때리는 신체접촉부터 손들고 서있기, 반성의 의자 등 정신적 고통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과연 이를 구체적으로 법으로 세분화가 어떻게 될지 의문이 앞선다.

국가가 자녀 체벌에 관여하는 것을 놓고,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은 아동학대를 일삼는 자들은 어디까지나 ‘훈육 차원의 체벌’이라고 주장한다며 체벌을 허용하면서 아동학대가 근절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학대와 체벌의 경계가 모호한데다 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학대를 부추기므로 ‘징계권 삭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 입장은, 자기 자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잘못된 버릇을 고쳐준다는 게 말로만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까지 법으로 규제해야 하나.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인지 구별할 수 없는 아직 어린 나이는 감각적 자극으로 명확한 기억을 주입시켜 줘야 한다. 자녀의 장래를 부모가 선도해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랑의 매'가 지닌 전통적인 가치와 명맥은 이어져야 한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회초리가 내 인생을 바로잡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소한의 물리적 훈육은 허용돼야 한다. 학교도 인성교육이 무너진 판에 가정교육까지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사랑이 담긴 체벌은 어느정도 수용돼야지 이젠 국가가 가정교육까지 간섭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사의 따끔한 질책과 훈육에도 삐끗하면 학생이 학부형이 경찰서로 달려가 고발하는 처지에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도 나무라지 못하는 교권추락을 서글프게 보고 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경찰에 부모를 고발하는 사태들을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고 한다. 부모의 훈육을 국가 형벌로 처벌하게 된다면 과연 진정한 가정교육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하는 우려가 앞선다는 것이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교권이 무시당하고 인성교육이 무너져 가는데 법조항 용어 정도 바꾼다고 인식이 개선되고 아동학대 건수가 줄어들겠느냐, 오히려 캠패인과 인성교육 강화로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아동을 보호 하는 법은 지금도 아동학대방지법, 영유아보호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특례법, 청소년보호법 등이 엄연히 있으며, 이를 선도하고 계도 해 나가야지 자꾸만 법만 고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친권자의 징계권을 없애는 게 국제적인 추세지만, 불가피하게 체벌이 허용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엔 체벌 정도뿐 아니라 체벌 발생 과정이나 경위도 주요한 요건이므로, 그런 문제들을 함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훈육’이냐 ‘아동학대’냐 찬반 논쟁은 앞으로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논쟁의 여론과 공론 과정이 신중하게 수용되고 세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하겠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따끈한 ‘사랑의 매’를 맞으면서 성장해 온 세대들은 '회초리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서양 속담이 세월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세태인가 싶어 왠지 허탈감을 느낀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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