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연이은 조현병 참사, 시민은 불안하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04-29 14: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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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 = 최충웅 박사 ] 최근 조현병 환자의 끔직한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7일 5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진주 아파트 조현병 살인사건에 이어, 24일에는 창원시에서 10대 환자가 아파트 위층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했고, 바로 다음 날 경남 칠곡에서도 30대 환자가 같은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50대 환자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끔직한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나도 언젠가 당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과 공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평소 전철 안이나 길거리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조현병 의심 환자를 흔히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병(調絃病)은 정신분열병이라고도 하는데 사고(思考), 감정, 지각(知覺),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조현병을 뇌 질환, 뇌 장애로 보고 있다.

조현(調絃)이란 연주전에 현악기의 줄을 조율하는 것처럼 환자의 신경계에 발생한 문제를 조정해 마음과 몸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이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이라 불렀지만,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2011년부터 조현병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조현병 진료 인원은 매년 증가하고있다. 2013년에 10만2772명, 2014년에 10만4099명, 2015년에는 10만6187명으로 집계됐다.

조현병은 초기 치료로 완치된 사례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보니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초기에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치료를 중단할 때 증상이 악화되어 망상, 환각 등을 겪고 자해나 타해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환자 스스로 병이 있다는 자각과 인식도 사라지게 되며, 음주나 약물 남용 위험이 커지고 이 때문에 공격성과 범죄율도 높아지게 된다.

진주 참사는 충분히 예측과 예방이 가능했던 것으로 문제점이 드러났다. 방화살인범 안인득(42) 역시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 2016년 7월 이후 임의로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실제 신고가 여러 차례 있었고, 폭행 전력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증상이 악화하는데도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치료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가족들조차 강제 입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본인의 자발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경찰을 비롯한 사법 의료당국의 소극적 대응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보호자가 환자의 입원을 강제하는 보호입원제도가 있지만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가 신청,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요구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치료를 강요할 수 있는 제도의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환자들의 자해나 타해 위험이 있을 경우 가족이나 경찰, 지자체에서 응급입원, 행정입원 등을 시킬 수 있지만, 이 역시 책임 문제 등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입원이나 환자의 외래진료를 의무화하는 '외래치료명령제' 역시 강제성이 없어 시행 건수는 1년에 겨우 4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미국, 대만은 사법행정체계에 따라 환자의 입원을 결정하고 영국, 호주 등도 정신건강심판원을 별도로 둬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영국 경우 관리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해 경찰서에서 72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에 정신건강 전문가가 진단하게 하고, 이후 추가 면담을 통해 입원이나 통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역사회 정신건강 전문가를 연결시켜 준다. 또 범죄와 정신건강 관련 기록은 경찰과 즉각적으로 공유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정신질환 의심자가 사법시스템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철저한 관리와 통제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최근 연이어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증상이 악화하는 급성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정신질환 관련 인력과 예산이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보건예산 대비 정신보건예산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5.05%의 3분의 1수준이다. 올해 복지부 전체 예산 72조5148억원 중 보건예산은 1.5%(11조1499억원), 이 가운데 정신보건 예산은 0.23%(1713억원)를 차지한다. 국제적 수준에 맞추려면 정신건강 예산을 적어도 3배 이상 높이고 사후관리 인력 역시 3~4배 늘려야 한다.

선진국에서 1명이 25명 정도를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약 3배의 차이가 나며 전반적인 센터인력 부족 현상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신질환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문 인력이 아예 없거나 태부족인 실정이다.

정신보건 예산 확보와 정신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지역사회 인프라 연계 등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도 등 국가가 중증질환자를 책임지는 의료체계 개선이 요구된다. 대한의사협회도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고 외래치료명령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환자는 퇴원 후 환자 스스로가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보호자 통제도 벗어나기 쉬워 지속적인 치료가 안 되는 허점이 있다. 입원과 외래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 체계도 마련돼야 하며, 국가 책임의 외래·입원치료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국민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패막이로 단 한 사람의 무고한 희생자를 예방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이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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