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어선 귀순, 축소·은폐 밝히고 책임져야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06-24 16: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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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최충웅 언론학 박사] 지난 15일 삼척항으로 귀순한 북 어선 발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선 그동안 해경과 국방부·통일부의 발표가 어긋나면서 진실을 은폐 또는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 주민 4명을 태운 목선은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에 28마력짜리 엔진이 달려 있는 소형선박이다. 이들은 지난 9일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발해 12일 오후 9시쯤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뒤 14일 밤 삼척 앞바다 5㎞ 지점 해상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한 뒤 다음날 15일 오전 6시20분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접안했다. 동해 NLL을 넘어서 무려 57시간 넘게 우리 영해 130㎞를 돌아다니다 입항을 했고 민간인이 112 신고하기 까지 군경 경계망은 뻥 뚫려 있었다.

이번 북한어선 사건은 2015년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할 때 DMZ에서 날이 밝길 기다렸다 ‘대기 노크귀순’ 사례와 너무 흡사하다. 육상은 물론 해상에서도 경계·감시체계가 무너진 것이다.

만약 무장공비였다면, 하는 끔찍함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북한 간첩이 몇 차례 넘어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군의 대북 감시망이 완전히 무력화됐음을 보여준 사례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발표가 사실과 달라 축소·은폐의 의혹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해경은 사건이 발생한 15일 오전 6시 50분에서 19분이 지난 오전 7시 9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합참·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과 청와대 국정상황실,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틀 뒤 17일 국방부는 부두에 정박한 배를 ‘항구 인근’에서 접수했다고 했다.

‘인근’과 ‘부두’는 사실관계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삼척항 인근’ 표현은 ‘인근 해상’이나 ‘인근 육지’도 해당된다. 청와대 대변인은 “인근이라는 표현은 군에서 주로 쓰는 말로 내용을 바꾸거나 축소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안보상 매우 민감하고 정확성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런 애매한 표현자체가 스스로 의혹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당초 떠내려 왔다는 표현으로 마치 목선이 기관고장으로 조류를 타고 표류하던 끝에 우연히 삼척항에 도달한 것처럼 표현했고,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둘러댔으나, 결국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특히 통일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물증이며 조사대상인 북한 목선을 선장 동의로 폐기했다고 했다. 조사가 끝나기 전에 증거품을 폐기한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안 맞는 처사이다. 다음 날 군은 "동해 1함대에 목선을 보관 중"이라고 했다. 정부의 갈팡질팡 보고에 국민들만 혼란스럽고 정부에 대한 의문과 불신을 더욱 키운 셈이다.

이런바 ‘해상 노크 귀순’사건의 의문점은 한 둘이 아니다. 전문가에 의하면 경성에서 삼척항까지 직선거리로 500㎞ 이상인데 이런 목선이 삼척항까지 항해하려면 최소 1000ℓ 이상의 기름이 필요한데 소형 목선에 이 정도 연료를 실을 공간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런 작은 배로 어떻게 탈출이 가능했을까? 그런데 해상에서 ‘대기 기순’으로 유유히 삼척항에 스스로 방파제에 접안하고 처음 만난 주민에게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까지 했다.

4명 중 2명은 비교적 깨끗한 인민복과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있어 어민 복장이 아니라는 점과 해상에서 며칠 간 헤맸다는 선원들의 행색이 탈진하고 피곤한 기색이 없어, 중간에 다른 선박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계획 귀순한 4명 중 2명만 귀순하고 2명은 북한으로 송환을 했다. 지난 19일 합동조사팀의 조사에서 북한 주민 4명 중 귀순 의사를 밝혔던 2명은 귀순 목적을 갖고 있었다. 선장은 가정 불화 때문에, 다른 젊은 선원은 한국영화 시청 혐의로 북한에서 조사 받고 처벌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북송한 2명은 왜 귀순 목선을 같이 승선했는지? 또 왜 빨리 보냈는지? 서둘러 북한으로 돌려보낸 느낌에다 의구심을 갖게하는 점이다.

지금 야당에서 국방부의 첫 언론브리핑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참관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방부와 청와대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남북 군사합의로 동해가 뚫렸다는 비판이 두려워 군과 함께 축소 은폐에 공모한 것아닌가. 해경의 첫 보고가 있었던 15일 새벽부터 군 브리핑이 있었던 17일 오전까지 4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청와대와 군 사이에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누가 해경의 보고 사실을 왜곡해서 국민을 속이려 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농성중이다.

국방장관은 "대북 경계작전 실패"를 시인했다. 그러나 20일 아무런 설명이나 질의·답변 없이 ‘대국민 사과문'을 읽은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은폐·축소 시도의 진상과 경계 실패의 책임을 밝히고 엄중 문책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스웨덴 연설에서 "남북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의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보고난 뒤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평화와 안전이 보장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의 수사(修辭)에서 국민은 아이러니를 느끼게 되면서 진정한 평화의 배경과 의미를 터득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후 휴전상태인 한반도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속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6·25 전쟁 때 맥아더 장군이 군 지휘관을 모아놓고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사(軍史)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다. 경계가 뚫렸다는 것은 군 기강이 무너져 전방(前方)이 뚫렸다는 것이고 후방(後方) 국민 안전이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흐트러진 군 기강과 무너진 안보태세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기강해이도 문제지만 감추기 위해 은폐·축소 한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이번 사건의 진상과 의혹을 명확히 밝혀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시켜야 한다. 아울러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재발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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