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 꺼진 연구실, 한국의 미래는?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07-26 16: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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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 박사 시사터치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최충웅 언론학 박사] 연일 일본 수출규제 문제로 나라 안이 들끓고 있다. 안 그래도 삼복더위 폭염에 더욱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로 파장이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백색국가 즉, 수출절차에서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 추가 조치가 곧 나올 것 이라는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이 6일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이번 추가 보복 조치에는 반도체 소재이외에도 자동차와 화학 등으로 규제대상 산업이 대폭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무역 보복은 한국의 취약한 급소를 정확히 찔러온 것이다. 한국반도체는 세계시장의 60%로 1위를 차지하지만 국산화비율이 생산 장비는 17%, 소재는 50%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241억달러 적자 대부분이 부품·소재 수입 때문이었다. 이러한 핵심기술의 대일 의존도를 줄이려면 우리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바로 소재산업의 국산화가 급선무이다.

그런데 기술개발 연구로 24시간 불을 밝히던 연구실에 불이 꺼졌다. 대덕연구단지는 오후 6시에 컴퓨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더 일하려면 별도 결재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IT· 통신·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 차원의 기술이나 군사·안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들이 6시만 되면 강제로 문을 닫는 상황이 됐다. 이것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의 산업현장 현상이다.

주 52시간제 때문에 불이 꺼진 곳은 국책연구소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의 연구소나 개발 부서도 밤이면 캄캄한 사무실로 변해버렸다. 연구 과제가 쌓일 때는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연구개발 직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52시간 근무를 강제했기 때문이다.

무슨 분야든 규정된 시간 내 이뤄지는 연구가 어디 있는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시간에 구애 없이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이 개발연구 아닌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파장을 걱정하는 산업현장에서는 소재산업의 국산화 과제는 주 52시간 때문에 앞날이 요원하다는 푸념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경제는 물론 군사 안보를 포함한 총체적 국력을 좌우하는 기술 전쟁의 시대다. 전 세계의 연구 개발자들이 불철주야로 몰두하고 휴일에도 일하며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데 한국 연구소에선 규제 때문에 강제로 컴퓨터가 꺼진다. 이러고서야 4차산업·바이오·인공지능·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 경쟁에서 갈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자명하다.

주 52시간 근로제 정책은 유연한 근로제 도입이 필수다. 건설사업 경우 공사기한은 그 자체가 바로 수익으로 연결된다. 공사기간이 한번 지연되면 인건비 같은 추가 비용에다 해당 시설이 가동됐을 때의 수익을 놓치는 기회비용까지 모두 발주업체와 건설사 간 분쟁의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공사기간을 맞춰야 하는 것은 바로 근로자의 작업시간 연장이 필수 요건이다.

마감기한이 있는 업종이나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인 업종에선 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근무제 도입이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일본은 연 1075만 엔(약 1억1700만 원) 수입을 올리는 근로자나 금융딜러, 애널리스트, 의약품 개발자, 시스템 엔지니어 등은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 규정 대상이 아니다.

미국은 주 40시간 근로제이지만 연장근로에 대해선 노사 간 단체협약 사항이다. 계절적 수요가 큰 직업군, 철도, 항공, 택시 종사자 등은 아예 예외다. 채용·해고 권한이나 업무 재량권을 가진 관리자급은 주급 913달러(약 107만 원·연봉으론 약 5000만∼6000만 원)만 돼도 제외된다.

국내 주 52시간제는 현재 300인 이상 기업에서만 시행 중이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내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중소기업연구원은 25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영향을 분석한 ‘7월 중소기업동향’에서 근로자·기업 모두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면 중소기업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이 33만 원 감소하고, 중소기업들이 떠안는 부담은 연간 3조6천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 52시간제가 당초 도입 취지인 고용 창출보다는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경우도 현행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줄어든 근로시간을 메울 인력을 새로 충원해야 하는데, 기존 직원들에게 덜 준 임금보다 새로 뽑은 직원들에게 줘야 할 임금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전체 중소기업이 필요한 신규 인력은 15만4800명이고 이들을 고용하려면 연간 6조7202억 원이 소요된다고 예상했다. 결국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신규 인력 고용에 드는 비용에서 근로자 임금 감소분을 뺀 연간 2조9132억 원의 부담을 중소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셈이다.

중소기업 10곳 중 8곳(77.4%)은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인력난이 더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기연은 “중소기업 생산성의 획기적 향상을 위해 국가 차원의 특별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벨리 연구단지는 24시간 미래로 세계로 향해 불빛을 밝히고 있는데, 한국의 연구소는 6시면 불이 꺼진다. 불매운동이 능사가 아니라 소재산업의 국산화다. 주 52시간제 과연 이대로 좋은가!

[필자 주요약력]
경남대 석좌교수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YTN 매체비평 고정출연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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