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영풍-MBK 계약서 제출명령 '적법'… 별개 재판부는 "과도한 요구" 제동

김상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5-06 09: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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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장형진 영풍 고문 항고 기각... '콜옵션 계약' 영풍 주주가치 훼손 의혹 규명 탄력받나
"공시만으론 콜옵션 행사 조건 확인 불충분... 계약서 제출 거부는 주주평등 원칙 위배 소지"
영풍 "핵심 내용은 이미 투명하게 공시… 무리한 소송과 여론전이 기업가치 저해"
KZ "영풍, 와이피씨가 체결한 추가합의서 사건 앞세워 여론호도·왜곡" 법 이행 촉구
▲ (사진=newsis)

 

서울고등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 간의 ‘경영협력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라는 1심의 명령이 정당하다고 재확인하며 장형진 영풍 고문의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반면 또 다른 소송에서는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문서 제출 신청을 기각했다. 한쪽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의혹 규명의 신호탄이라며 즉각적인 계약서 제출을 압박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리한 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제동이라며 맞서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 증거를 둘러싼 법적 해석 차이가 양 측의 날 선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다.


◇ 재판부, 장형진 영풍 고문 즉시항고 기각… “문서제출 정당”

지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25-2민사부는 지난달 28일 장형진 영풍 고문이 서울중앙지법의 경영협력계약 문서제출명령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의 인용 결정에 이어 항고심에서도 문서 제출의 적법성과 필요성이 다시 한번 인정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공개매수신고서 등 기존 공시 내용만으로는 콜옵션의 구체적 행사 조건과 방법이 모두 밝혀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공시된 계약 내용에 따라 영풍의 손해액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시했다.

 

◇ 영풍 주주가치 훼손 및 배임 의혹 규명 ‘청신호’
 

고려아연 계열사 KZ정밀(케이젯정밀)이 제기한 9300억 원대 주주대표소송에서 이번 계약서는 피고들의 배임 여부를 가릴 핵심 증거로 꼽힌다. 법원은 영풍 측이 부담하는 각종 의무로 인한 손해 범위 등을 심리하기 위해 해당 계약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 고문 측의 문서 제출 거부 행위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차별적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주주로서 가지는 정당한 감시 권한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 서울고등법원이 영풍-MBK 간 경영협력계약서 제출을 명령한 것은 기업의 경영지배권 확보 전략이 주주의 정당한 감시 권한과 평등 원칙을 앞설 수 없음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장형진 고문 측이 주장한 ‘영업비밀’ 논리를 배척하고 공시되지 않은 콜옵션의 세부 조건이 영풍 법인과 일반 주주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끼쳤을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 경영권 분쟁 전략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아

장 고문 측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략은 영풍의 본업과 무관하며 주주의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이다.

1심과 항고심 재판부는 모두 심문기일을 열고 경영협력계약서 원본을 비공개로 직접 확인하는 면밀한 절차를 거쳤다. 재판부는 계약 내용을 상세히 검토한 뒤 영풍 법인과 일반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 법원, KZ정밀 문서제출명령 신청 항고 기각…영풍 “무리한 소송 또 제동” 

 

이처럼 사법부가 주주의 감시 권한을 우선시하며 계약서 공개 결정을 내린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동일한 문서제출 요청임에도 사건의 쟁점과 소명 정도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40민사부는 지난달 29일 KZ정밀이 영풍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 기각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이는 앞선 판결과는 달리 ‘위법행위유지청구’라는 별개의 소송 과정에서 제기된 신청으로 원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됨에 따라 관련 문서 제출 요구는 법적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앞서 KZ정밀은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 간 경영협력계약이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위법행위유지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과정에서 관련 문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해당 문서에 경영상 중요정보와 영업비밀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고 KZ정밀 측이 문서 제출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역시 이러한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이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특히 문서에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전략적 핵심 요소와 영업비밀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며 KZ정밀 측 주장에 대해 소명 부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이 실질적 권리 구제보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압박 수단일 수 있다는 점도 시사됐다.


영풍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이미 공개매수 신고서와 설명서를 통해 경영협력의 핵심 내용은 충분히 공시돼 있었다”며 “추가적인 세부 계약서 제출 요구는 기업의 정당한 방어권을 침해하고 핵심 전략을 탈취하려는 과도한 시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경영협력계약과 관련해 “주주가치와 회사 이익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법령상 공시 의무를 투명하게 이행해 왔다”며 “계약은 독립된 당사자 간 합리적 협상을 통해 체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은 “최윤범 측이 소송과 여론전을 반복하며 고려아연 지배구조 정상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또 “영업비밀 및 경영상 중요정보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탈법적 구조를 바로잡고 지배구조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 영풍의 ‘여론 호도’에 KZ정밀 강력 반박

이렇듯 영풍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각 판결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자 KZ정밀 측은 즉각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KZ정밀은 6일 입장문을 통해 영풍이 ‘추가합의서’ 관련 별개 사건의 기각 결정을 교묘히 이용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임 의혹의 핵심인 ‘경영협력계약서’ 사건은 두 차례나 법원의 인용을 받았음에도 영풍이 이를 숨기고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KZ정밀에 따르면 영풍이 주장하는 기각 사례는 위법행위유지 소송 중 신청된 ‘추가합의서’에 관한 건으로 체결 주체가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반려된 별개 사안이다. 두 사건의 성격과 재판부의 심리 깊이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명령에 따라 장형진 고문은 MBK파트너스의 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체결한 ‘경영협력에 관한 기본계약’ 및 후속 계약 일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KZ정밀 관계자는 “법원이 계약 확인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정한 만큼, 영풍의 핵심 자산이 부당하게 이전되도록 설계됐는지 철저히 밝히겠다”며 “영풍 측은 여론 왜곡을 중단하고 법원의 명령에 따라 계약서를 즉각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요주간 / 김상영 기자 ilyoweekl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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