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협력, 단순 교역 넘어 공동개발·임상·인허가·글로벌 사업화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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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선 칼럼니스트 |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토론회를 지켜보며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 우리는 지금 중국 바이오산업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중국 바이오를 이야기할 때 여전히 거대한 내수시장과 낮은 생산비, 정부 지원을 먼저 떠올린다. 한국이 기술을 개발하고 중국이 생산과 시장을 제공한다는 오래된 구도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수치와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설명만으로는 지금의 중국을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 바이오산업의 기술과 사업화 방식이 과거와 빠르게 달라지고 있고, 임상과 인허가 제도 역시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변화 속도보다 한국의 대응 속도다.
◇ 중국 바이오, 이제 ‘추격자’라고만 부를 수 없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이날 제시한 자료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중국 바이오의 질적 변화다. 바이오 핵심기술 7개 가운데 중국이 4개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에 위치한 것으로 분석됐고, 특히 합성생물학에서는 고영향 논문 비중이 두드러졌다. 특허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첨단 바이오기술 특허출원은 미국이 약 9만6469건, 중국이 약 7만9846건으로 미국이 앞섰지만 같은 기간 증가율은 중국이 19.2%로 미국의 4.4%를 크게 웃돌았다.
물론 특허 숫자가 곧 기술력은 아니다. 특허의 질과 권리범위, 사업화 가능성까지 따져야 한다. 그러나 중국 바이오를 여전히 ‘모방과 저가생산’의 틀로만 보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중국은 기술을 사오는 나라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제약사가 중국으로 기술을 사러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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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토론회. (사진=서영현 기자) |
◇ 좋은 기술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필자가 특허보다 더 중요하게 본 것은 거래다. 기술의 가치는 결국 시장이 얼마를 지불하느냐에서 드러난다. 중국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라이선싱 거래는 2020년 5건에서 2024년 36건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연환산 기준 43건 수준까지 확대되는 흐름이 제시됐다. 2024년 해외 주요 제약사의 혁신 파이프라인 도입 거래 가운데 약 31%가 중국 기업에서 라이선스 인한 자산이었다는 분석도 소개됐다.
GSK, MSD, 로슈,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바이오기업의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더 주목할 것은 거래 시점이다. 2024년 중국 기업과 체결된 주요 바이오제약 거래 48건 가운데 34건, 약 71%가 전임상 또는 임상 1상 단계에 집중됐다. 이미 성공한 약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실패 위험이 큰 초기 기술에 먼저 돈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국적을 보고 기술을 사지 않는다. 성공 가능성과 시장성을 보고 움직인다. 우리가 중국 기술을 과거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동안 글로벌 자본은 이미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중국의 진짜 힘은 기술보다 ‘연결 능력’이다
중국 바이오의 성장을 기술력만으로 설명하는 것도 부족하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건강중국 2030’, 바이오경제 발전계획 등을 통해 바이오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왔다. 연구개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정부유도펀드, 지방정부 산업클러스터, 민간자본, 제조 인프라와 인허가 정책을 함께 움직인다. 중국 바이오 경쟁력의 한 축은 바로 이런 ‘연결 능력’에 있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큰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만 실제 사업화 단계에서는 지방정부의 산업육성 전략과 지역 클러스터, 병원·연구기관 네트워크, 인허가 지원과 자금조달 여건이 기업의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하이·선전·광저우와 란저우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중국 지역연구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한국 기업 역시 ‘중국시장’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접근하기보다 기술의 성격과 임상 수요, 생산기반, 지방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진입 지역을 달리 설계해야 한다. 한중 바이오 협력에서 지역 선택은 단순한 입지가 아니라 사업모델의 일부다.
바이오에서는 규제 속도도 산업경쟁력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산업인 만큼 규제는 필요하다. 문제는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규제의 품질이다. 기준이 명확한가, 기업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가, 필요한 절차가 얼마 만에 끝나는가가 중요하다. 중국 역시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을 중심으로 신약 임상과 심사기간을 줄이고 혁신신약의 시장진입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사업의 숫자가 아니다. 좋은 기술이 실제 시장까지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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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토론회. (사진=서영현 기자) |
◇ 기술을 지키다 시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되돌아봐야 할 지점도 있다. 이날 논의에서 필자가 특히 관심 있게 본 것은 국가핵심기술 규제 문제다.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보호를 위한 규제가 오히려 글로벌 시장 진입을 늦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토론회 자료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관련해 기업들이 해외 기술이전이나 수출 과정에서 추가적인 승인 절차와 시간 부담을 겪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상용화된 기술까지 어떤 수준으로 국가핵심기술에 묶을 것인지는 산업 현실을 놓고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을 잃고 기술만 지키는 것이 국가 경쟁력인지는 질문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정밀화’의 문제라고 본다. 반드시 보호해야 할 첨단 핵심기술은 더 강하게 보호하되,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기술까지 불필요하게 묶어 기업의 시장진입을 늦추는 규제는 다시 살펴야 한다.
◇ ‘한국 기술·중국 시장’ 공식도 바뀌어야 한다
한중 바이오 협력을 말할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한국은 기술이 강하고 중국은 시장이 크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중 바이오산업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중국 역시 신약 후보물질과 합성생물학, 바이오제조 분야에서 기술 공급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한중 바이오 협력은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이어야 한다.
한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중국에서 생산·사업화해 중국과 제3국 시장으로 보내는 길이 있다면, 중국에서 발굴된 유망기술을 한국의 임상과 의료 인프라로 검증해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길도 만들어야 한다. 공동 연구개발, 기술이전·라이선스, 공동임상과 인허가, 생산·CDMO, 공동상업화, 투자와 합작법인 등 기술의 단계마다 다른 협력모델이 필요하다.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 제시된 충북 오송과 중국 란저우의 연계 구상도 같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 산업단지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어떤 기술을 발굴하고, 어디에서 임상하고, 양국 인허가를 어떻게 연결하며, 생산과 글로벌 자본을 어디서 붙일 것인지가 먼저 설계돼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기술이 이동하는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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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토론회에 참석한 중국한국인총연합회 고탁희 회장(좌)과 서정선 칼럼니스트(우). (사진=서영현 기자) |
◇ 이제 필요한 것은 MOU가 아니라 첫 번째 성공사례다
한중 경제협력에는 이미 많은 협약과 교류가 있었다. 앞으로의 바이오 협력도 협약 숫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공동개발한 기술이 실제 임상에 들어갔는가. 상대국 인허가를 받은 제품이 나왔는가.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됐는가. 투자가 들어왔는가. 매출이 발생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거대한 계획을 만들기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몇 개 프로젝트를 선별해 실제로 검증하고, 성공하면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한중 바이오 협력에도 ‘선별-검증-사업화-확대’의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이 중국과 시장 규모나 연구개발비 총액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는 높은 수준의 병원과 의료진, 임상 역량, 바이오의약품 생산 인프라, IT와 데이터 기술, 글로벌 규제체계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자산이 있다. 필자는 한국이 ‘신뢰 가능한 바이오 검증·사업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좋은 기술을 선별하고, 병원과 연구기관에서 검증하고, 임상과 인허가의 신뢰도를 높이고, 생산과 자본을 연결해 세계시장으로 보내는 역할이다.
15일 국회에서 필자가 확인한 것은 단순히 중국 바이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세계 바이오산업의 경쟁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이 지금 물어야 할 질문도 그래서 달라져야 한다. 중국을 따라잡을 것인가. 그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디에서 경쟁하고, 어디에서 협력할 것인가. 그리고 그 협력 속에서 한국은 어떤 가치를 가져갈 것인가.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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