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 한 대가 선전에서 이륙해 홍콩에 물건을 내려놓는다. 기술만 놓고 보면 그다지 놀라운 장면이 아닐 수도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드론 제조기반을 갖췄고, 선전은 그 중심도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출발지를 선전, 도착지를 홍콩으로 바꾸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가 비행을 허가할 것인가. 어느 공역을 사용할 것인가. 국경을 넘는 화물은 어떻게 통관할 것인가. 비행정보는 어느 시스템에서 관리할 것인가. 사고가 발생하면 어느 지역의 법과 보험을 적용할 것인가.
드론에 카메라와 센서를 달았다면 데이터 문제도 따라온다. 결국 선전에서 홍콩으로 날아가는 드론 한 대에는 배터리와 모터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지역의 법률과 행정, 통관, 데이터, 보험, 기술표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BA)의 저고도경제를 단순한 드론산업으로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이것은 어쩌면 서로 다른 제도를 가진 도시들이 실제 하나의 경제권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새로운 실험에 가깝다.
◆ 홍콩·선전·둥관, 이번에는 ‘하늘’을 연결한다
지난 9월 23일 홍콩·선전·둥관의 관계자들은 GBA 동부 저고도경제벨트 구축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선전 옌톈구는 이미 홍콩과 격월 단위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 지역의 공역과 산업자원을 연계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협력의 대상이 도로나 철도, 항만이 아니라 저고도 공역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GBA의 연결성을 설명할 때는 광저우–선전–홍콩 고속철도, 강주아오대교, 항만과 공항 같은 거대한 인프라가 먼저 등장했다. 그러나 드론과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도시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 생긴다. 지상과 해상이 아니라 도시 위의 낮은 하늘이다.
문제는 도로를 연결하는 것과 하늘을 연결하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드론에는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다. 기체의 위치와 비행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고, 여러 대가 동시에 운항하면 충돌을 방지할 교통관리체계가 필요하다. 기상정보와 3차원 공간정보도 중요하다. 국경을 넘는 순간 세관과 출입경 관리 문제까지 더해진다. 그래서 드론을 만드는 기술보다 드론이 움직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 기술혁신과 제도혁신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저고도경제를 보는 중요한 구분이 하나 생긴다. 기술혁신(Technology Innovation)과 제도혁신(Institutional Innovation)은 같은 것이 아니다. 더 오래 날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고, 더 정밀한 센서와 AI 비행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혁신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체가 어느 고도에서 어떤 조건으로 비행할 수 있는지 결정하고, 안전성을 인증하고, 사고책임과 보험제도를 만들며, 기존 항공교통과 충돌하지 않도록 규칙을 설계하는 것은 제도의 영역이다. 기술은 먼저 도착했는데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면 상용화가 멈출 수 있다. 반대로 규제를 지나치게 빨리 풀면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
홍콩이 선택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다.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기존 규제에 완전히 맞추도록 요구하거나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조건에서 실제로 운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위험을 확인한 뒤 제도와 표준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저고도경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현재까지 14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상시운영 단계로 승인됐다. 건물 외벽 청소, 인프라 조사, 시설 순찰, 드론쇼, 자재운반, 저고도 기술평가 등이 포함된다. 시장에서는 최소 15개 보험사가 각종 무인항공기 관련 보험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시험’과 ‘상시운영’의 차이다. 기술을 한번 보여주는 시연과 매일 반복해서 사용하는 산업은 다르다. 시제품이 있다고 산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상용화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연구개발에서 시제품으로, 시제품에서 실증으로, 실증에서 규제승인으로, 다시 보험과 고객, 반복운항과 수익으로 넘어가야 비로소 하나의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진다.
◆ 드론 한 대가 국경을 넘으려면
난도가 더 높은 것은 국경간 운항이다. 홍콩은 기존 샌드박스보다 복잡한 기술과 제도를 시험하는 ‘Regulatory Sandbox X’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경간 노선과 저고도 여객기, 무인항공교통관리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와 국경간 저고도 물류 시험비행을 추진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GBA 물류망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때부터 저고도경제는 단순한 기술산업의 범위를 넘어선다.
이 구상은 더 이상 추상적인 아이디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2026년 들어 선전 옌톈과 홍콩 측은 국경간 저고도 물류를 위한 비행제어 플랫폼과 물류·통관 데이터의 연계를 추진했고, 선전시는 국경간 무인기 물류의 통관검사 방식과 비행관리제도 자체를 별도 과제로 다루고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아직 ‘정기 상업노선이 완성됐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핵심은 시험비행과 항로 신청, 통관·공역·데이터 규칙을 실제 운항이 가능한 수준으로 맞추는 데 있다.
홍콩 매체와 관련 기관이 공개한 추진 일정에는 옌톈-홍콩 비행제어 플랫폼 데이터 연계, 전자식 화물봉인 장치 개발, 규제 샌드박스 X를 통한 국경간 물류 시험 등이 포함돼 있다. 일부 보도에서는 서커우-툰먼, 원진두-상수이 등을 포함한 후보 노선도 거론됐다. 그러나 후보 노선과 시험계획은 곧바로 상업운항 실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저고도경제를 산업으로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작업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드론 한 대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다. 기체 제조기업, 통신회사, 물류기업, 세관, 항공당국, 보험회사, 대학과 연구기관, 데이터와 교통관리 플랫폼이 동시에 연결돼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GBA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 가까운 도시와 연결된 도시는 다르다
선전과 홍콩은 지리적으로 가깝다. 그러나 가깝다는 것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사람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가. 물건이 이동할 수 있는가. 자본과 데이터가 이동할 수 있는가. 기업과 대학이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제 새로운 질문이 하나 더 추가되고 있다. 무인항공기가 국경을 넘을 수 있는가. 이러한 이동이 반복될수록 도시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지리적 인접성을 넘어선다. 반대로 정부가 협력계획을 발표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제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하나의 지역이 형성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GBA를 이해할 때는 정책 발표와 실제 작동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협약은 협력의 시작일 수 있지만 협력의 결과는 아니다. 시험비행은 기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상업운항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업운항이 시작됐다고 수익성이 검증된 것도 아니다. 저고도경제를 평가하려면 앞으로 실제 국경간 정기운항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통관시간과 운송비용은 얼마나 줄어드는지, 기업과 고객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기술을 가진 도시보다 ‘규칙’을 만드는 도시
저고도경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표준(Standard)이다. 기술경쟁이라고 하면 흔히 더 빠른 드론, 더 오래 가는 배터리, 더 정확한 AI를 떠올린다. 하지만 산업이 커지면 기술성능만큼 중요한 것이 규칙이다. 어떤 안전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기체를 어떻게 인증할 것인가. 통신과 위치정보는 어떤 규격을 사용할 것인가. 서로 다른 지역의 교통관리시스템은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을 것인가.
홍콩의 2026~2030년 계획은 중국 본토와 홍콩의 저고도경제 관련 표준 호환성을 높이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세계기상기구(WMO) 등에서 국제표준 형성에 참여한다는 방향을 담고 있다. 홍콩 운수물류국이 최근 저고도경제를 설명하면서 상용화와 표준화는 서로 분리하기 어렵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운항자료가 없다면 신뢰할 만한 표준을 만들기 어렵고, 반대로 안전성과 인증기준이 없다면 기술을 대규모 시장으로 확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콩 측은 최근 GBA 저고도경제 관계자들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규제기관을 방문해 저고도경제 적용과 표준화 문제도 논의했다. 여기서 홍콩의 역할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 홍콩은 시장인가, 세계로 나가는 ‘제도적 인터페이스’인가
선전이 기술과 제조기업을 가지고 있다면 홍콩은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자본시장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저고도경제에서는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홍콩 정부의 계획에는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규제체계, 표준, 인프라뿐 아니라 중국 본토의 규제체계와 연계한 저고도경제 해외진출 시범·규정준수 거점을 모색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하나의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선전과 광둥에서 기술과 제품을 만들고, 홍콩의 법률·보험·금융·항공규제와 국제적 연결성을 활용해 실증과 표준화를 거쳐 해외시장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아직 이것을 GBA의 완성된 산업모델이라고 부르기는 이르다. 오히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중국 본토의 저고도기업이 홍콩에서 기술을 검증하는지, 홍콩의 규제 경험이 다른 국가에서 인정받는지, GBA 내부의 표준이 국제표준과 얼마나 호환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수출과 투자로 이어지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저고도경제의 경쟁력을 기술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개발에서 실증과 인증, 보험과 금융, 표준과 해외시장까지 연결하는 제도적 역량 역시 산업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경을 넘는 산업에서는 제품의 이동만큼 규칙의 이동이 중요하다. 제품의 국경을 넘기는 것이 물류라면, 산업의 국경을 넘기는 것은 표준일 수 있다.
◆ GBA의 경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고 있다
GBA를 이야기하면서 흔히 ‘통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홍콩과 중국 본토 사이의 법과 제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그 반대에 가깝다. 경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계를 유지한 채 그 사이를 통과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드는 것. 홍콩의 2026~2030년 계획에서도 사람·물류뿐 아니라 무역문서의 디지털 연계,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경간 이동과 제도연결을 확대하려는 방향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GBA가 실제 하나의 지역으로 형성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지도에서 경계선을 지울 필요는 없다. 그 경계를 누가, 무엇을 가지고, 어떤 제도를 통해, 얼마나 반복적으로 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사람이 움직이고, 기술이 움직이고, 자본과 데이터가 움직인다. 그리고 이제는 드론이 움직이려 한다. 선전에서 홍콩으로 날아가는 드론 한 대는 작아 보인다. 그러나 그 작은 기체가 국경을 반복해서 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새로운 배송수단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제도를 가진 도시들이 기술을 매개로 어떻게 하나의 지역이 되어가는가. GBA의 새로운 하늘길이 던지는 질문은 바로 거기에 있다.
※ 주요 확인자료
선전시정부·선전시 구안판(口岸办)·첸하이관리국·옌톈구 정부, 홍콩특별행정구 운수물류국 및 2026년 저고도경제 관련 공개자료.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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