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경동건설 산재 유가족 “父 잃은 지 912일 째…노동자 죽음 숫자로 치부”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9 14: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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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건설 산재 사망 노동자 유가족 “목숨보다 싼 과태료에 안전 조치 무시하는 기업”
-故정순규씨 아들 정석채 “노동자는 숫자 아냐, 현장에서 죽음, 예방 가능하다” 호소
-2019년 10월 산재 사고 이후 사죄 하지 않은 경동건설…사문서 위조까지 ‘책임 방기’
▲지난 2019년 10월, 경동건설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숨진 고(故) 정순규 님의 자녀(오른쪽에서 부터 2번째까지)와 김용균재단의 김미숙 이사장(왼)이 산재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에서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석채>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주최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재 참사 2주기를 맞아 건설노동자의 산재 사망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연대체 ‘다시는’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지난 2019년 10월 30일 부산특별시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의 리인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한 고(故) 정순규씨의 유족 정석채(37)씨도 이날 발언자로 나섰다. 정씨는 중대 재해 처벌법 시행 후에도 끊임없는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에 분개하며 이윤 추구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는 기업과 소극적인 정부 기관을 비판했다.


그는 자신을 “2019년 ‘경동건설’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망으로 돌아가신 고(故) 정순규님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아버지를 처참하게 잃은 지 오늘(29)로 912일째다. 이렇게 숫자를 세는 유가족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만 가고 있는 현실이 우리나라”라고 말문을 틔었다.

이어 “한익스프레스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2주기가 되었는데도, 올해 중대 재해 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끊이질 않고 있다. 오늘도 전국에서 반복되는 죽음에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언제까지 빌어야만 하는지 이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라면서 “물류창고 참사가 발생되기 전, 발주처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 ‘건우’에게 화재위험성이 보인다고, 3차례나 경고했어도, 기업들은 여전히 배째라는 식이다. 한익스프레스, 건우, 경동건설 같은 기업들은 안전 조치에 결코 투자 하질 않는다. ‘과태료, 벌금’이 그들에겐 노동자들의 목숨보다 싼값에 불과하니 보란 듯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하나의 예로 ’화기 감시 노동자’ 임금은 12만 원에 불과하다. 한익스프레스는 물류창고 공사금액이 ‘680억원’이 넘는 공사였는데도, 화기 감시 노동자들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렇게 공사를 해야만 기업들이 이윤을 수도 없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기업들의 오너 가족들이 일하는 일터라도, 과연 이토록 안전에 소홀히 할 수 있을까 싶다”라고 한탄했다.

이날 정 씨는 “사람은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 죽음은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라면서 “노동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진정한 재산이다. 사람이 없으면 기업도, 경제도 국가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재참사 2주기를 맞아 건설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경동건설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 고(故) 정순규 님의 자녀 정석채(오른쪽에서부터 4번째)씨가 발언자로 나섰다. <사진=정석채>

 

◇ 2019년 10월 30일, 삶의 변곡점 된 아버지의 사고


현재 정씨는 부친을 여읜 이후 사고 경위와 관계자들의 합당한 형사처벌 등을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생활을 2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누구보다 자녀들에게 온화했던 부친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자 유명 연예인들의 스타일링을 해왔던 정씨는 모든 커리어를 포기한 채 산재 사망 피해 유가족의 연대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부친은 경동건설의 협력업체 J사에서 현장 반장으로 근무했다. 안전관리 부문에서 성실성을 인정받아 회사에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막내딸이 생겨 금연에 성공하는 등 건강 관리에도 힘썼다. 혹시라도 가족들이 걱정할까 싶어 매일 작업장에서 셀카를 찍어 보내는 다정한 가장이었다. 그랬던 아버지가 2019년 10월 30일. 갈기갈기 찢긴 작업복, 으스러진 오른팔, 뇌가 보일 정도로 큰 머리 자상을 입은 처참한 모습으로 아들 앞에 섰다. 산업재해였다.  

 

“그날 서울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부산에서 아버지가 크게 다쳤다고 누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내려갔다. 병원에서 아버지는 처참한 모습으로 미동도 없이 누워계셨다. 작업복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머리 자상이 너무 커 뇌가 다 보였다. 의사는 뇌사라고 말했다. 누나랑 어머니는 제게 전화했을 때부터 뇌사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게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친은 다음날 오후 11시 30분경 숨을 거뒀다. 사인은 ‘척수 손상에 따른 저산소성 뇌 손상’. 그러나 정 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비탄을 느낄 새도 없이 부친의 추락사고 경위와 관련해 의구심이 들었다. 사고 당일, 병원을 찾은 경동건설과 하도급 업체 J 사 관계자들이 사죄는커녕 고인이 떨어진 사다리 높이가 2m라고 강조하던 모습, 유족들의 명함 요구를 거절했던 모습, 장례식장에서 언론사 카메라를 보고 피하던 모습 등이 의문스러웠던 것. 특히, 이들은 최초 119 신고에서 ‘1m 높이’에서 추락했다고 증언하는 등 사고 높이에 집착했다.


“당시 아버지가 쓰셨던 안전모 안에는 혈흔이 있었다. 뇌가 보일 정도로 머리는 자상이 컸고 골절상이 아닌 곳이 없었고 몸 전체에 피멍이 가득했다. 2m에서 떨어졌다고 하기엔 상식적으로 부상 정도가 컸다. 최소 5m 이상 높이에서 떨어지시면서 여기저기 부딪힌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 주장처럼 실제 해당 현장을 조사한 기관들이 추측한 예상 추락 높이 역시 사측 주장과 괴리가 컸다. 부산지방경찰청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고인이 각각 4.2m, 3.8m에서 떨어졌다고 보았다. 사측 주장보다 2.6배가량 높다.


특히, 두 기관은 고인의 작업 현장의 비계에는 발판이 없고 추락을 방지할 안전 고리조차 없었다고 보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벽면과 비계 간 거리는 45cm 이상 떨어져 있었다. 사람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틈이다. 정 씨도 헬멧 내 혈흔, 전신 골절 등을 볼 때, 부친이 수직 사다리가 아닌 비계와 벽 사이에서 떨어졌고 그 과정에서 부딪혔을 거라고 보았다. 

 

경동건설은 사문서 위조 의혹도 받고 있다. 산재 사고 발생 시 안전 관리 의무가 있는 책임자에 제재가 있다는 것을 피하고자 문서를 꾸민 것. 사건 초기, 사측은 재판부에 산재 사망 사고 중 고인의 과실이 일부 있었다며 ‘관리 감독자 지정서’라는 서류를 증거로 제출했다. 고인이 현장의 모든 안전 관리 의무 규정을 준수하고 감독하는 현장의 총 책임자란 주장이다.


그러나 정 씨가 해당 서류를 열람 복사하여 필적감정 전문 업체에 의뢰한 결과, 사측 주장은 허위임이 드러났다. 이를 재판 과정에서 따져 물었더니, 당시 사측 관계자는 초기 진술과 달리 ‘말 못 해서 미안하다. 고인이 시켜서 우리가 대신 썼다’ 라고 말을 바꿨다. 현장의 안전 관리 감독은 고인 몫이란 주장을 고집한 셈이다. 


“필적 감정 결과, 허위가 나온 것에 대해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위원장님이 ‘본인이 30년 넘게 건설 현장을 다녔지만 하도급 업체 작업 반장한테 안전 관리 감독 책임을 지우는 경우는 처음 봤다.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 줄은 모르겠으나 매우 악의적’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지난 4월 18일. 부산지방법원 형사 2-1부는 고인의 산재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J사 관계자 3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당시 검찰은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이사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엔 금고 1년을, 원·하청 법인엔 각각 벌금 1000만원이 구형됐다. 그러나 이는 1심 구형과 같은 수준으로 사문서위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07일 만에 열린 항소심이었는데 검찰은 의지가 전혀 없었다. 보강 수사나 추가 증거 자료를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발 벗고 나서서 찾은 증거들을 사법부에 제출해도 검찰 측의 의지로 묻히고 덮였다. 이런 대한민국에 산다는 게 개탄스러워서 오열 했다. 오죽하면 그날 검사가 너무 소극적으로 얘기해서 판사가 ‘목소리 좀 크게 얘기하라’고 말할 정도로 의지가 없었다.”

현재 경동건설은 협력 업체 직원의 산재 사망에도 대표의 사죄나 유족들에 대한 장례 지원 등 어떠한 예우도 표시하지 않았다. 이들은 심지어 유족들을 상대로 감금 및 폭행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유가족들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하도급 업체 직원들을 감금 및 폭행했다는 주장에서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2020년 7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사측이 항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동건설은 유족이 장례식장에 조폭을 동원해서 하청업체 사람들을 감금하고 폭행했다면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면서 뒤로는 ‘고소 취하해 줄 테니 소정의 금액만 받고 사건을 종결하자’라고 회유했다.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없던 것으로 해줄 테니 목숨값을 받고 끝내라고 하는 게 부산의 향토기업 경동건설의 실체다. 그래서 말하건대 우리 가족들은 경동건설의 더러운 돈 필요 없다. 단지, 그들이 죄를 지은 만큼 실형 선고가 나오기만을 바란다.”


▲ 경동건설 산재 사고 피해 노동자 고(故) 정순규 님의 아들 정석채씨가 부친을 그린 사진과 죽지 않고 일할 권리라고 적혀 있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현재 정 씨와 그의 누나는 산재 피해 유가족 연대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 의무 규정을 축소하고 외면하는 기업들을 규탄하고 있다. 남매는 부친의 추락사를 두고 은폐·축소하려는 경동건설을 고발하고 동시에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하고 공명정대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그리하여 정 씨는 발언 말미에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덧붙이고 있다. 

 

“일하다 죽지 않고, "다녀올게" 한마디가 마지막 인사가 아니어야 한다. 산재는 누구에게나, 누군가의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여 노동자들의 일터가 죽음의 일터가 되지 않게 중대재해처벌법 개정되어야만 하고, 건설안전특별법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산재 사망으로 돌아가신 모든 ‘김용균’을 기억하고 추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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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고경동님 2022-05-02 19:15:26
대한민국은 기득권들의 의해 움직인다
경동건설 악질기업도 돈으로 노동부 사법부
부산 언론사 모두 더러운 돈으로 매수해서
막고있다 더러운 대한민국 현실
정부는 기업들 눈치보지말고 중대재해처벌법
반드시 개정 되어야한다
어떤 비리와 고발도 모두
배재윤님 2022-05-02 20:01:54
너무나 고도로 빠른대성장을 해서 그런걸까요, 기업이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와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유가족들은 몇년을 싸워도 불구하고 아직까 제자리걸음입니다.. 이게 맞는걸까요? 이러는데 어느누가 피땀흘려 일할려고 하겠습니까, 악순환은 또다른 악순환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토마토님 2022-05-02 20:05:12
경동건설의 고 정순규님의 사건 잊지 않겠습니다 나의 소중한 그 누군가가 될수 있었던 사건이며 사회의 정의가 나타나야만 하고 많은 분들이 기억해야만 하는 사건입니다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구인홍님 2022-05-02 22:15:51
살인기업 경동건설을 퇴출하라!!
잊지않겠다!!
scmix님 2022-05-02 23:04:23
유가족들의 한을 제대로 풀어주길 바랍니다. 죽어서도 그들은 울부짖습니다.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십시오!!!!
inncubus님 2022-05-02 23:52:39
유족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거다. 경동건설아. 더 거짓말할 생각말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제대로 벌받아라.
양심님 2022-05-03 00:52:15
더이상 살인기업편에서 서지 마시고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십시오. 경동건설의 악행들을 모른척하지말고 엄중처벌하십시오!
rapiel님 2022-05-05 23:55:04
글만 봐도 화가나고 눈물이 납니다... 유가족분들께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경동건설의 악행이 치가 떨리네요 .. 왜 이 기업이 살인기업인지 알것 같아요ㅡ 적어도 유가족분들께 사과는 해야하는게 상식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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