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조혜진 “이마트, 근로 결정권 박탈…‘셀프’ 법 해석·집행 지나쳐”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1 14:26:04
  • -
  • +
  • 인쇄
-이마트 근로·연봉 계약서에‘연장, 야간, 휴일 근로 동의함’문구 첨가 후 서명 받아와
-마트 노조·이마트지부 “근로기준법 제70조 위반…거부 의사 개진 시 동의 재차 받아야”
-조 변호사 “초기 동의 받았더라도 향후 의사 철회 가능…이마트, 이들 거부 받아들여야”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륭원 법무법인 여는 소속의 조혜진 변호사(가운데)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이마트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이마트㈜가 모성 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령을 어기면서 야간·휴일 근로에 여성 노동자들을 반강제적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률 전문가는 입사 초기 야간·휴일 근로에 노동자로부터 동의를 받았을지라도 향후 개인 사정에 따라 의사 철회할 수 있으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보았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이마트 여성 노동자들의 야간근로 결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018년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근로 계약서를 사용했다. 해당 문구는 연봉 계약서에도 쓰여 있어 입사 혹은 연봉 협상을 위해 서명한다면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자동 동의’하는 원리다.

이에 이마트지부는 “사회 통념상 연장, 야간, 휴일근로와 같은 특별한 사정에 의한 추가 근무를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하여서도 모두 일괄 동의하게끔 하는 것은 근로자의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이는 오로지 사용자의 이익에 기여하는 부당한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 제70조
이들은 이러한 동의 절차가 상식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점 외에도 ‘위법’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일요주간>과 현장에서 만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법무법인 ‘여는’ 소속의 조혜진 변호사는 “야간 근로는 사람의 생체주기를 깨트리고 특히 여성 근로자의 경우 그 신체와 모성 보호를 위해 특별한 보호 규정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라면서 ‘근로기준법 제70조 1항’을 언급했다.

해당 조항은 사용자에게 18세 이상의 여성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려면 그 근로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을 야간 근로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령이다.

조 변호사는 “현재 이마트는 여성 근로자들에게 입사 당시 야간 근로뿐만 아니라 연장, 휴일 근로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야간 근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면서 여성 근로자들을 강제로 야간 근로에 투입 시키고 있다”라면서도 “100번 양보하여 이마트 주장처럼 입사 초기 야간 근로에 동의했더라도 현재 야간 근로에 부동의를 하였다면 이마트는 해당 여성 근로자를 다시 야간 근무에 투입할 수 없다”라며 “야간 근로를 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여성 근로자에게 다시금 동의를 구하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마트는 야간 근무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한 여성 근로자들에게도 야간 근무를 시키고 있다. 정당한 사용자의 지시를 거부할 때 인사 조처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협박성 면담까지 이뤄지는 상황”이라면서 “여성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세계 그룹 계열사의 유통업체 이마트(대표 강희석)의 근로·연봉 계약서에 야간, 연장, 휴일 근로에 대한 동의 문구가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계약서 서명과 동시에 자동으로 야간, 연장, 휴일 근로에 일괄 동의 처리되는 것이 노동자의 결정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에서다. <사진=뉴시스 제공>

특히, 조 변호사는 사측이 노동자의 거절 사유에 대해 ‘합당한가, 하지 않나’따위를 판단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보았다. 주관적인 합당한 정도를 사용자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여성 노동자 한 분이 일정 조율 전 야간 근로에서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매니저는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안 된다면서 야간 근무에 투입 시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라면서 “그들이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란 본인 혹은 가족이 상해를 입어서 입원하거나 위급한 상황일 때”라고 했다.

이어 “어떤 특정한 경우에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어도 야간, 휴일, 연장 근로를 선택할 권리가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그런데 회사는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다는 식”이라면서 “사실상 법의 해석과 집행을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조 변호사와 이마트 지부는 야간 근로 부동의를 밝힌 여성 노동자들에 불이익 조치를 예고하며 추가 근무를 강제하고 있는 사측의 행위를 ‘차별’이라고 규정했다.

조 변호사는 “원하지 않는 근로를 강제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느냐라는 취지로 인권위 진정을 결정했다”라면서 “정부 기관에서 권익 침해 행위라고 판단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다면 사측에서도 이를 무리하게 부정하면서까지 고집하겠느냐”라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왼)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법무법인 여는 소속의 조혜진 변호사(오)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열린 이마트 규탄 기자회견 직후 차별시정 권고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취재진을 향해 들고 있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조혜진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Q. 근로 계약서상에 노동자에 불이익이 되는 내용이라면 애초 원천 무효가 되지 않나, 해당 문구는 2015년부터 삽입됐다. 현재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A. 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근로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면 무효겠지만 단순히 추가 근로만 두고 노동자에 불이익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근로자들의 경우 사안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야간 근로는 가산 임금이 많다. 어떤 사람은 야간 근로나 연장 근로 지원해서 가산 임금 받고 싶을 수 있다. 이런 사안을 고려하면 무조건 야간, 연장 근로는 불이익하다 볼 수 없다. 

 

Q. 이번 기자회견에서 이마트가 여성 노동자의 결정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A. 현재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야간, 연장 근로를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한 사람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에서도 사용자는 여성 노동자에게 오후 10시 이후 일을 시키고 싶다면, 해당 근로자로부터 동의를 받으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마트 여성 노동자들은 오후 10시 이후 일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결국, 동의하지 않은 사람을 상대로 왜 계속 일 시키느냐? 가 문제의 핵심이다. 내용 자체가 노동자에 불이익하므로 원천 무효인데 강행한다는 것은 아니다.

Q. 회사는 이미 입사 당시 계약서를 통해 야간, 연장 근로 등에 대해 포괄적 동의를 했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 그러한 주장이 가능하기는 하다. 다만, 나중에 싫다고 의사를 밝히면 이제 취소를 해줘야 한다. 그런데 취소를 안 해주고 있어서 문제인 거다. 최초 입사 시에 한 번 동의하더라도 그 이후 개인 사정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지 않으냐. 


일례로 입사 초기에는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어서 야간, 연장, 휴일 근로가 문제 될 게 없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후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겨서 빨리 집에 들어가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추가 근로에 동의를 철회한다면, 회사는 해당 노동자에게 앞으로 추가 근로를 시키기 위해서 다시금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것이 적법한 절차다. 하지만 맨 처음 동의받았으니까 퇴직할 때까지 암묵적 동의로 처리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현실적으로 입사 시 계약서에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해서 ‘이 조항 때문에 입사 못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쉽지 않다. 이를 나중에 바꿀 수 없다는 건 개인 의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이러한 내용을 규정한 조항은 없으나 법 제정 취지나 성격,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이마트의 행위는 맞지 않는다.

Q, 이마트는 ‘채용 시 이미 근로조건으로 확정된 사항으로 근로 계약서를 통해 개별적으로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하여 동의 절차가 진행된 부분이며 이에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이상 연장, 야간, 휴일 근로 합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라고 주장하면서 이와 유사한 판례도 있다고 했다.

A. 그런 판례는 없다. 민사상 일반적인 법리에 따르더라도 초기 동의를 했더라도 부동의했다면 동의를 다시 구해야 한다. 회사 측 주장은 법리 해석상 과도한 억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노조 측이 ‘부동의 의사를 개진했으므로 다시 동의를 구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얘기해도 답변하지 않고 계속 ‘처음에 동의했으니까 문제없다’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Q. 올해 1월부터 이마트의 동의 절차를 문제 삼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 반응은 어떠한가.


A. 대화할 의지가 없다. 초기에는 회사도 여성 노동자분들과 사전 협의해 야간 근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미리 한 달 전부터 ‘야간 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혀도 태도를 바꾸어 ‘입사 시 포괄 동의했으므로 야간 근로를 거부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부동의 의사를 개진한 분들에만 ‘업무 지시를 거부한 것이므로 인사 처분될 수 있다’라는 협박성 면담까지 이뤄지고 있다. 만약, 이들에게 실제로 인사 조처를 하면 이는 부당노동행위다.

또한, 사측은 추가 근로를 거부하려면 ‘특별한 사정’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이 얘기하는 특별한 사정이란 본인 혹은 가족이 상해를 입어서 입원하거나 위급한 상황일 때다. 하지만 이러한 특정한 경우에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이 원하면 야간 근로를 하지 않을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이를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다는 자체가 사실상 본인들이 법 해석과 집행을 알아서 하겠다는 말이다.


Q. 위 사안을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근로기준법 위반과 별개로 우선 원하지 않는 근로를 강제하는 것 자체가 위법한 인권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느냐라는 취지에서 인권위에 진정을 넣기로 했다. 노동부 진정 요건이 되지 않아서 넣지 않은 건 아니다. 조만간 병행할 계획이다.

권익위 시정 권고가 강제성이 없으므로 효용이 없을 거라는 일각의 우려가 있으나, 어쨌든 정부 기관에서 이번 이마트에서 일어난 행위를 두고 국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다면 이를 회사가 무리하게 부정하면서까지 유지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그런데도 회사가 경영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형사처벌 등 강제성이 있는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