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女노동자 인권침해 폭로..."연장·야간·휴일근로 동의 반강요" [리얼줌①]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0 17: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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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애초 추가 근로 결정권 인정하지 않는 이마트의 이상한 근로계약서
-2018년부터 연장, 야간, 휴일 근로 동의 조항 있는 계약서 제시 후 서명 반강요
-추가 근로 거부 의사 밝히자 집중 면담…타부서 발령, 인사조치 가능 협박까지
-이마트 "각 점포 운영 시간과 관계 법령에 맞춰 운영...노조 목소리 경청하겠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가 노동자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추가 근로를 강요한다며 인권침해를 주장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신세계 계열사 대형 할인점 ㈜이마트(대표 강희석)가 직원들로 하여금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반강제적으로 시행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회사가 연봉계약서상 추가 근무에 대한 동의를 미리 명시함으로써 노동자의 결정권을 박탈하고 이를 거부한 직원들에게는 협박성 면담을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회사의 이 같은 행태를 규탄함과 동시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시정 권고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가 여성 노동자들의 야간근로 결정권을 박탈하는 등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가 노동자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추가 근로를 강요한다며 인권침해를 주장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노조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4년까지 연봉계약서와 별개로 연장, 야간, 휴가 근로에 대한 개별 동의를 받았다. 그러다 2015년 들면서 연봉계약서에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를 새로 삽입했다. 연봉계약서에 서명할 경우, 자동으로 추가 근로에 동의하는 셈이다.

사측은 그해 말, 노조 항의로 해당 문구를 연봉계약서에서 삭제 조치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재차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장을 추가했고 현시점까지 해당 양식을 수정 없이 사용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가운데)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의 근로계약서가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이와 관련해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연봉 계약을 위해 서명하면 추가 근무인 여장, 야간, 휴일근로에 자동으로 일괄 동의하게 되어있다. 근로 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근로기준법 제4조)해야 한다”라면서 “현재 이마트 연봉계약서 서명 절차는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한 것이 아니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추가 근무 일괄 동의에는 동의하지 않고, 연봉계약에만 동의하는 경우의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면서 “다시 말해, 이마트 사원들은 추가 근무와 연봉 계약 모두를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로 둘 다 동의하는 경우만을 사측으로부터 강요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사회통념상 연장, 야간, 휴일 근로와 같은 특별한 사정에 의한 추가 근무를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하여서도 모두 일괄 동의 하게끔 하는 것은 근로자의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이는 사실상 과거 인권침해 사례들에서 보여준 이마트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태도처럼 오로지 사용자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부당한 계약”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한 ‘입사 시 (추가 근무에) 동의했기에 거부할 수 없다’라고 하는 사측 주장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0조는 ‘사용자는 18세 이상 여성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려면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트는 동의는커녕 거부 의사를 밝힌 노동자를 부정의한 방법으로 압박했다고 노조 측은 목소리 높였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마트 근로계약서 내용 중 추가 근로에 대한 조항을 문제 삼으며 근로기준법 준수를 사측에 촉구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강규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야간근로의 결정권은 근로기준법 제70조에 따라 여성 노동자에게 있지만, 사측은 야간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여사원들만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면담을 진행했다”라면서 “회사는 입사 시 연장, 야간, 휴간 근로에 대해 포괄 동의했으므로 야간근로를 거부할 수 없으며 계속해서 거부하면 타 부서로의 발령, 사규에 의한 인사 조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협박성 면담을 전국적으로 자행했다”라고 폭로했다.

강 위원장은 “연장, 야간, 휴일 근로는 근로자 본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으로 포괄적인 동의 규정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그 근로자를 야간이나 휴일에 근로를 시킬 수 없다”라면서 “추가 근로에 대해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면 이는 동의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철회 의사를 밝힌 근로자에게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지시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추가 근로 결정권 회복과 더불어 ‘저녁 있는 삶’도 보장해줄 것을 이마트에 주문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모든 사업장의 영업시간이 단축되자 역설적으로 마트 노동자의 삶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홍현애 이마트지부 서울본부장(가운데)은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장 발언자로 나섰다. 이날 홍 본부장은 저녁 있는 최소한의 삶이 갖는 중요성을 얘기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홍현애 이마트지부 서울본부장은 “코로나로 9시, 10시에 폐점을 해보니 11시에 퇴근할 때랑 차이가 너무 컸다. 보통 11시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씻으면 새벽이 돼서 자기 바빴다”라면서 “반면, 9시에 퇴근하면 배차 간격이 좁아져 좀 더 빨리 집에 갈 수 있고 가족들과 식탁에 앉아 대화도 가능하더라. 피로도도 줄어든 게 느껴졌다. 이를 경험하니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여성노동자들은 법 이상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야간 근로 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밤 10시에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보내고 싶다는 게 인사조치 협박을 당할 만큼 중한 잘못을 한 것이란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영진 당신 아내가, 당신의 딸이 법으로 밤 10시까지만 일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도 회사의 협박에 못 이겨 원치 않는 야간에 일하다 이후 자정에 녹초가 돼서 돌아온다면 어떨 것 같은가”라면서 “마트 노동자로 일하면서 십여 년간 잃어 왔던 최소한의 저녁이 있는 평범한 삶을 되찾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왼쪽)과 조혜진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오른쪽)이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이마트에 대해 차별 시정 권고를 촉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취재진에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이날 마트 노조 등은 기자회견 직후 이마트가 계약서 작성 시 추가 근로에 대한 동의를 사전 명시한 것을 ‘최소한의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규정하고 인권위에 차별시정 권고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각 점포 운영 시간과 관계 법령에 맞춰서 운영하고 있다. 노조 등의 목소리를 좀 더 경청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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