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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기후공시를 법정공시로 즉시 의무화하고 공시 대상 기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을 최종 확정하면서 국내 기업의 공시 준비와 내부통제 체계 정비가 본격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의 지속가능성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의 녹색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당초 한국거래소 공시를 중심으로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던 계획에서 벗어나, 기후공시를 법정공시로 즉시 의무화하고 공시 대상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국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이현아 연구원)는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슈브리프 ‘ESG 공시 제도화에 따른 국내 기업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시 대상 기업은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공시 준비 비용과 내부 관리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기업들이 이번 제도화를 경영 전략과 내부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7월 8일 당정협의회에서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을 최종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정부 단독 발표에 그치지 않고 당정 간 긴밀한 정책 협의를 거쳐 마련됐으며, 공시 의무화에 필요한 자본시장법 개정 등 후속 입법을 염두에 둔 절차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지속가능성 정보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고 기업의 녹색 전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시 로드맵을 확정했다. 공시 시기와 대상, 공시 채널, 면책 방안, 제3자 인증 등 지속가능성 정보를 자본시장 내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세부 이행 체계도 함께 구축했다.
정부는 출범 이후 ESG 공시 제도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며 관련 방안을 검토해 왔다. 지난 2월 25일에는 국내 산업 여건을 고려해 공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거래소 공시부터 우선 도입하는 내용의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의견 수렴 과정에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정보 수요와 기후·에너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강하게 부각되면서, 최종안은 당초 계획보다 대폭 강화된 방향으로 수정됐다. 글로벌 국부펀드와 주요 기관투자자 등 정보 수요자들은 공시 예외를 최소화하고, 재무보고서와 동일한 채널 및 시점에 공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제도 설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번 최종안의 핵심은 법정공시의 즉시 시행과 공시 대상의 전면 확대다. 법정공시는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허위 공시나 정보 누락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과 행정제재, 형사처벌 등 엄중한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
정부는 기관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대상인 코스피 상장사들이 공시 제도에 조기에 편입될 수 있도록 기존 로드맵을 전면 수정했다.
◇ 2028년 자산 10조 원 이상부터 ‘공시 대상 단계적 확대’… 기후공시 법정공시 전환 ‘내부통제 체계 구축 필요’
최종안에 따르면 ESG 공시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첫발을 뗀다. 이어 2029년에는 연결자산총액 5조 원 이상으로 확대되며, 2030년에는 연결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시 대상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제조업 중심의 주요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기업의 공급망에 속한 협력사들에도 관련 데이터 제출 요구가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종속회사 역시 공시 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자산과 매출이 모두 기준에 미달하는 종속회사는 도입 첫해에 한해 연결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자산 또는 매출이 연결 기준 10% 이상인 종속회사는 도입 첫해부터 예외 없이 연결공시 범위에 편입된다.
이에 따라 지배기업은 공시 대상에 해당하는 종속회사를 사전에 파악하고, 각 회사의 정보 현황을 정밀 조사해 데이터 수집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른 공시 대상 기업 수 추정치를 보면, 2028년 공시 대상은 상장사 107개사와 종속회사 184개사를 합쳐 총 291개사다. 2029년에는 상장사 157개사와 종속회사 3,014개사 등 총 3171개사로 대폭 늘어난다. 이어 2030년에는 상장사 259개사와 종속회사 3490개사 등 총 3749개사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 수치는 2026년 자산 및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추정치이며, 실제 공시 시점의 경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시 내용과 공개 채널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기후공시는 도입 첫해부터 법정공시로 의무화되는 반면, 기후 이외의 ESG 요소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해 공시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안은 거래소 의무공시로 시작해 일정 기간 후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방식이었으나, 최종안에서는 기후공시의 법정공시 의무화 시점을 전격 앞당겼다.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면책 방안도 함께 마련됐다. 제도 도입 후 초기 3년간은 고의적인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제외하고 포괄적 면책을 적용한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예측·추정 정보나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제3자 수집 정보에 한해, 합리적인 근거와 판단이 입증될 경우 면책이 적용된다. 당초안이 예측·추정 정보에 대한 면책 검토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구체화된 조치다.
아울러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다루는 Scope 3 공시는 대상 기업별로 3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기후공시가 도입 첫해부터 법정공시 형태로 의무화됨에 따라 공시 정보에 대한 기업의 법적·사회적 책임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기후공시가 재무공시와 동일한 사업보고서 체계에 편입되는 만큼, 기업은 데이터 산출·검증 과정은 물론 주요 판단 근거를 상세히 문서화하는 등 정교한 내부통제 절차를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
기존 ESG 정보는 기업이 일부 항목을 자율 작성해 한국거래소 전자공시 홈페이지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형태로 공개해 왔다. 그러나 법정공시로 전환되면 공시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밀한 관리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공시 대상 정보의 산출 기준과 검증 절차를 정립하고, 관련 판단 근거를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해야 한다. 특히 기후 정보는 미래 예측치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추정의 근거와 가정, 정보 출처, 불확실성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기록하는 정밀 관리가 요구된다.
보고서는 제도 시행 후 제공되는 3년의 포괄면책 기간과 유예기간을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닌,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 내부 체계를 완비하는 골든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 관리도 시급한 과제다. Scope 3 공시는 단기간에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영역이므로, 기업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수집 체계를 조기에 정비하고 공시 대상 제외 여부를 미리 점검해 수집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특히 공시 의무가 있는 대기업뿐 아니라 가치사슬에 속한 중소·중견 협력사에도 정보 수집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은 종속회사와 협력사별 데이터 관리 현황을 미리 파악하고, 공시 대상 정보가 발생하는 지점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한편 보고서는 중소기업의 공시 부담과 관련해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 중 업종별 매출액이 최대 140억 원 이하이면서 고탄소 배출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을 주요 참고 대상으로 제시했다. 고탄소 배출 업종은 향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상 6개 업종이 우선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데이터 관리 영향권은 해당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가치사슬 내 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 ‘Scope 1·2·3 배출량 관리’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 ‘기업 부담 불가피’ 공시 역량이 자금조달 경쟁력으로
기업이 관리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발생 경로와 통제 가능 여부에 따라 크게 Scope 1, Scope 2, Scope 3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기후공시 대응과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각 범위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Scope 1(직접 배출)은 기업이 소유하거나 직접 통제하는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뜻한다. 공장 보일러에서 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나 회사 소유 차량을 운행하며 발생하는 배출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개입해 즉각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온실가스 감축 전략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Scope 2(간접 배출)는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해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배출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사오는 전기나 열, 스팀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이 여기에 해당하며,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이나 사업장 내 에너지 효율화 작업을 통해 감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Scope 3(가치사슬 간접 배출)은 기업의 직접적인 손길이 닿지 않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을 포괄한다. 부품을 대주는 협력사의 생산 활동, 원재료 운송, 임직원의 출장과 통근은 물론,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고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의 배출까지 모두 포함된다. Scope 3은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까다로운 데다 기업 전체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최근 기후공시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관리 항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ESG 공시 제도화는 국내 자본시장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대폭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도 이행 과정에서 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비용과 행정적 부담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ESG 전담 인력과 전문 인프라가 부족한 중견기업과 대기업 협력사들이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하고 제3자 검증 체계를 갖추는 데 상당한 인력과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기업들이 공시 의무를 단순한 규제 대응이나 수동적 비용으로 치부하기보다, 경영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뢰성 높은 지속가능성 정보는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투자 유치 및 녹색금융(Green Finance) 조달 조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의 ESG 공시 역량이 향후 기업의 자금조달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후 리스크와 기회를 사전에 파악해 투자·공급망·사업 전략에 능동적으로 반영한다면, 이번 공시 제도화는 기업의 경영 혁신과 체질 개선을 이끄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결국 이번 로드맵의 핵심은 공시 대상을 전면 확대하고 기후공시의 법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이 지속가능성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며 “기업들은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내부통제 및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조기에 정비하고, 공급망 전반의 정보 관리 기반을 완비함으로써 공시 역량을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ilyoweekl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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