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속·고령·관행 임대차와 투기성 농지 구분이 핵심 쟁점
• 개정 농지법 처분명령 강화됐지만 ‘조사=즉시 강제매각’은 아냐
• 전·답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시장 충격은 지역별 추가 검증 필요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임대했다가 처분 대상이 될까 걱정된다.” 지난 2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농업인 단체 관계자들은 농사지을 사람도, 농지를 살 사람도 부족한 농촌에서 상속농지와 오랫동안 이어진 임대차까지 투기성 농지와 같은 기준으로 다뤄질 경우 선의의 소유자와 임차농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지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이 농지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지역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이 논란을 들여다보려면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상속과 투기는 농지를 취득하게 된 출발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부모가 보유하던 논과 밭을 사망 이후 자녀가 승계하는 것과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본인의 의사로 농지를 매입하는 것은 취득 경위가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22일 별도의 설명자료를 내고 고령·질병·상속 등 농촌에서 발생하는 사정을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쟁점은 그래서 단순한 ‘투기 단속’의 문제를 넘어선다. 1000만 필지가 넘는 농지를 조사하면서 투기 목적으로 취득·이용되는 농지와 상속·고령화·이농 등 농촌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소유자와 경작자가 달라진 농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가려낼 것인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 1013만 필지 조사했더니 284만 필지 ‘위반 의심’
정부가 전국 농지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이다. 농식품부는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항공사진 등 행정정보를 대조하는 기본조사를 거친 뒤 현장에서 실제 이용상태를 확인하는 심층조사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7월 29일까지 기본조사를 마친 농지는 132만㏊, 1013만 필지다. 전체 대상의 97%다. 이 가운데 농지 소유제한 위반,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이 의심돼 추가 확인 대상으로 분류된 농지는 284만 필지, 27.0%였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 21.1%, 무단 휴경 11.6%, 불법 전용 9.0%, 소유제한 위반 1.4%였다. 하나의 농지가 여러 유형에 포함될 수 있어 각각의 비율을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된다. 284만 필지라는 숫자는 크다. 하지만 ‘전국 농지의 27%가 불법’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기본조사에서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다는 것은 현장에서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지 위법이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위반 의심’과 ‘위반 확정’을 구분하는 것이 이번 전수조사를 이해하는 첫 번째 전제다.
● 같은 ‘남이 농사짓는 땅’이라도 이유는 다르다
행정자료와 농촌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부모가 평생 농사를 짓던 농지를 자녀가 상속받았지만 자녀는 이미 도시에서 직장과 생활기반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 직접 경작하기 어려워 이웃 농민에게 농사를 맡긴 경우도 있다. 평생 농사를 지은 농민이 고령이나 질병으로 더 이상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편에는 실제 영농 의사 없이 농지를 취득한 뒤 휴경하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사례도 존재한다.
행정정보만 놓고 보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다른 농지’라는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농지가 그렇게 된 과정은 전혀 다르다. 결국 이번 전수조사의 전문성은 ‘누가 농사를 짓느냐’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소유자와 경작자가 달라졌느냐’를 얼마나 정확하게 밝혀내느냐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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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향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newsis) |
● 상속농지는 ‘투기 취득’과 출발부터 다르다
이번 논란에서 특히 구분해야 할 것이 상속농지다. 상속은 소유자가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을 기대해 자신의 판단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행위가 아니다. 피상속인의 사망에 따라 재산관계가 승계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투기성 농지 취득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다만 상속농지를 둘러싼 문제에는 또 하나의 구분이 필요하다. 농지를 적법하게 상속받았는가와 상속 이후 그 농지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상속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고 세법상 납세의무가 있는 경우 관련 세금을 신고·납부했다는 사실은 상속과 납세의 문제다. 이후 농지를 임대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문제는 농지법상 이용관계를 별도로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상속인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도 아니다. 농식품부는 9월 22일 설명자료에서 고령·질병·상속 등 농촌의 사정을 투기와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정 요건을 갖춘 상속농지와 고령농 농지 등의 임대차는 현행 제도에서 허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투기농지’라는 단순한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 처분명령 강화됐지만 ‘조사=즉시 강제매각’은 아니다
농촌의 불안을 키운 배경에는 올해 농지법 개정도 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농지법 위반이 확인된 농지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했다. 기존 지방정부의 재량이던 농지 처분명령을 의무규정으로 전환하고, 처분명령을 받은 소유자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본인이 대표인 법인 등 특수관계인에게 농지를 넘겨 규제를 회피하는 행위를 제한했다. 불법 임대차는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에 추가됐다. 그러나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국가가 즉시 농지를 빼앗아 제3자에게 강제로 매각한다는 식의 설명은 현행 제도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아니다.
전수조사의 기본조사에서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 위반 여부가 확인되는 것, 법정 요건에 따라 처분의무나 처분명령이 이어지는 것은 서로 다른 단계다.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은 농지법이 정한 강력한 행정수단이지만 전수조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처분명령을 의미하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일반적인 위반의 경우 법정 절차에 따라 자진처분 기간 등이 적용되며, 일정한 요건 아래 처분명령 유예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조사와 처분, 처분명령과 강제적인 소유권 이전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정부도 방향 구체화…“투기는 조치, 농촌 현실은 정상화”
농촌 현장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도 지난 21일 당정협의를 거쳐 적용방향을 구체화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나 경매 등으로 취득한 공유농지의 무단 휴경·불법 임대차, 농업법인의 부동산업 영위 등 투기가 명백한 사안은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되, 고령·상속 등 투기 목적과 관계없이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인 문제는 정상화·양성화한다는 방향이다. 22일 농식품부는 다시 설명자료를 내고 고령농 농지와 상속농지의 임대차가 일률적으로 전수조사에 따른 처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구분 원칙을 구체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심층기획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여기에서 새로운 질문이 시작된다. 현장에서 ‘투기’와 ‘농촌 현실’을 무엇으로 구분할 것인가. 취득 경위와 시점, 과거 자경 여부, 실제 경작 이력, 임대차 관계, 휴경 기간, 농업경영 여부, 불법 전용 여부 등 여러 사실관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례에 대해 지역별 판단이 달라지지 않도록 객관적인 조사기준과 소명·구제절차를 마련하는 문제도 남는다.
● “농지값 폭락” 우려…전국 통계는 다르게 움직였다
이번 논란에서 부동산 전문기자가 반드시 분리해서 봐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전수조사가 실제 농지가격과 거래를 무너뜨렸는가 하는 문제다. 대구 간담회에서는 농지가격 하락과 거래절벽, 농지담보대출을 취급한 지역 금융기관의 부실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현장의 우려’와 ‘시장 전체에서 확인된 결과’는 구분해야 한다.
농식품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전·답 거래량은 19만2674필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만8606필지보다 2.2% 증가했다. 전국 단위 거래량만 놓고 보면 전수조사 이후 거래가 일제히 멈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농지 평균 실거래가격은 올해 1~7월 ㎡당 5만8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2392원보다 낮았다. 다만 가격 하락은 올해 전수조사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이전부터 이어진 흐름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그렇다고 대구·경북을 비롯한 개별 농촌지역에서 거래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까지 부정할 근거도 아니다. 전국 평균과 특정 지역의 시장은 다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지역별 거래량·실거래가격·매물 변화까지 별도로 확인해야 전수조사의 시장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 전수조사가 바꾼 또 하나의 흐름…농지은행으로 이동하는 임대차
이번 조사 이후 실제 숫자로 확인되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농지은행을 통한 제도권 임대차의 확대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농촌의 관행적 임대차를 서면계약이나 농지은행 위탁 등 적법한 관계로 정비하는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명백한 투기가 아닌 일반적인 농촌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활용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수조사가 단순한 적발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형성된 농지 이용관계를 제도권 안으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실제 임차농의 영농 안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 농지를 볼 때 ‘평당 얼마’보다 먼저 확인할 것
이번 전수조사는 농지 거래의 관점에서도 하나의 변화를 만들고 있다. 같은 지역에 면적과 입지가 비슷한 농지 두 필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쪽은 소유관계와 실제 경작상태가 명확하고 농지대장과 현황이 일치한다. 다른 한쪽은 제3자가 오랫동안 경작하고 있지만 임대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실제 이용상태와 행정정보가 다르다. 두 땅의 평당가격이 같다고 해서 매수자가 부담하는 위험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앞으로 농지를 거래할 때는 가격과 위치뿐 아니라 실제 경작자, 임대차 관계, 농지대장과 현황의 일치 여부, 불법 전용 여부, 처분 관련 행정절차가 존재하는지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이는 농지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을 예측하는 문제가 아니다. 농지라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법적·사실적 이용상태를 확인하는 실사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 1000만 필지 전수조사, 결국 성패는 ‘구분’에 달렸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쟁을 ‘투기 근절이냐 재산권 보호냐’라는 양자택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해 농업에 이용하지 않는 행위를 관리하는 것과 적법하게 상속된 농지의 재산관계를 보호하는 것은 서로 배치되는 목표가 아니다. 문제는 둘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느냐다. 상속은 그 자체로 투기가 아니다. 고령이나 질병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것 역시 투기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 반대로 상속이나 농촌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후의 모든 이용행위가 자동으로 적법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1000만 필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번 조사에서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한 적발 건수가 아니다.
어떤 경위로 농지를 취득했는가. 누가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가. 농지가 지금도 농업생산에 이용되고 있는가. 그리고 행정은 투기와 상속, 위법과 농촌의 현실을 어떤 객관적인 기준으로 구분했는가. 정부는 상속·고령농지와 투기 목적 농지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공식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 일관된 기준으로 집행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농지 전수조사의 신뢰도는 얼마나 많은 농지를 처분하게 했느냐보다, 서로 다른 사정의 농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가려냈느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 주요 확인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농지 기본조사 마무리, 8월부터 심층조사 돌입」(2026.7.30)
· 농림축산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실시와 처분명령 강화 등 농지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2026.5.7)
· 농림축산식품부, 「고령농 농지·상속 농지의 임대차는 전수조사에 따른 처분 대상이 아닙니다」(2026.9.22)
· 농림축산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후속조치 및 현장 간담회 자료(2026.9.21~22)
· 대구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 보도(2026.9.21)
일요주간 / 이누리 부동산 전문 기자 yinuri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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