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혁명의 깃발이 완장이 된 세상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9-09 11: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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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촛불혁명에 이은 4.27 총선은 불통의 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돌려 노라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으로 정치개혁과 국가개혁의 과제를 민주당에게 주문하며 절대다수 의석은 만들어 줬다. 180석 무소불위의 완장을 찬 거대 여당은 점령군 행세를 하며 막무가내식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야당은 아예 안중에 없이 마구잡이로 법을 제정하여 입법 대못 박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언론중재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법으로 자유로운 보도를 억압하며, 정권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을 만들기에 사회가 들끓고 있다.

요즘 조간신문엔 여당이 발의한 개혁 입법에 관한 글과 사설, 논설로 지면이 메워져 있다. 당대 최고라는 언변가들은 '언론중재법'을 두고 '언론징벌법'이라며 민주당과 논쟁으로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시국이 적과 적의 대치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이 광경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던 야당은 뒤늦게 전선 확장을 위해 무장했고,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해외 언론단체까지 연일 민주당을 향해 잘못된 입법 정치를 두고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상식과 언어의 기능과 소통기능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

언론의 사명은 국민의 알 권리와 권력의 부조리 감시가 존재의 이유로 언론이 사회 정의를 위한 권력의 잘못된 부분을 알리고 감시하는 부분은 당연한 역할이다. 이것은 언론 존재의 이유인 동시에 거룩한 사명이기에 그러한 보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지금 여당이 개혁 하겠다 외치는 소리는 언론과 사회 현실을 도외시한 잠꼬대 같은 소리다. 이 잠꼬대를 법제화하겠다며 변칙과 꼼수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나는, 이른바 '언론개혁'으로 포장된 언론중재법은 말 안 듣는 언론 버르장머리를 고치려는 법이지 개혁 입법이라 보여 지지 않는다. 헌법에 명시된 언론자유의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다분한 소지가 있는 그 법은 거룩한 민주주의적 가치와는 사소한 관련도 없다고 믿는다. 이 법의 본질은 적나라하고도 파렴치한 권력의 부조리와 각종 의혹들을 덮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뻔히 보인다. 그래서 내 편을 보호를 위한 법으로 개정하려 기를 쓰고 있다. 이래서야 무슨 언론개혁을 하겠는가.

거대 여당은 이 말도 안 되는 법을 개혁법이라 주장하며 대한민국 정치를 삼십 년 전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우리는 과거 언론에 관한 무리한 법 제정으로 일시적이나마 민주주의가 후퇴했던 불행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1980년 신군부가 제정해 언론 통폐합과 언론탄압의 도구로 이용됐던 '언론기본법'의 주(註) 내용은 건전한 언론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언론개혁으로 미화됐고, 언론의 자유 말살은 언론의 공적 책임 강화로 포장했지만, 후일 진실 화해를 위한 사정위원회는 이 법을 독재 정권이 국민의 알 권리를 말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잘못된 법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개악된 제2의 언론기본법이다. 언론개혁을 말하는 여당의 주 의제는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대중의 알 권리를 말살하고 언론을 침묵시키고 사법부를 위협하고 모든 반대자를 제거하는 이 법이 군사정권 시절의 법과 무엇이 다른가. 민주당은 입법을 왜 당당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군사작전 하듯 새벽에 모여 표결을 해야 하는가. 밝은 대낮을 두고 어두운 새벽 시간을 택해 법안을 통과시킬 만큼 절실한가. 그 이유를 나는 알고 싶다. 여당의 언론징벌법 강행으로 야기된 갈등과 반목은 민주를 가장한 다수 입법권의 횡포가 아니고 무엇인가.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유엔인권위원회의 서신과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ㆍ야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이 판국에 완장 찬 국회의원이 여ㆍ야 타협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한 국회의장에게 GSGG(개새끼)라는 이니셜 욕설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나는 경악했다! 아무리 법안 통과가 중요하여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 당 소속 국회의장에게 '개새끼'라는 은어 표현을 남긴다는 게 올바른 짓인가. 이런 표현은 더 이상 인간의 글이 아니다. 법통과 중요성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다는 뜻은 알겠지만 우습고 꼴 같지 않아서 표현하기조차 하기 민망한 게 나의 지성이다. 제발 이러지들 말라.

입법권은 국회의원에 부여된 민주사회의 존귀한 권리이긴 하지만 이는 칼과 같아서 올바르게 쓸 때에 비로소 국가 정의 실현에 이바지하게 된다. 그러나 특정 파벌에 이익을 위해 쓰여 진다면 그 입법권은 완장이 되어 도리어 두려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통해 경험했다. 요컨대 입법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의원들의 머릿속과 가슴속에 그 고질적인 완장 병폐를 고치지 않고서는 어떤 훌륭한 개혁법을 추구한대도 반드시 실패하고 말 것이다.

지금 여당이 언론개혁을 하겠다는 개혁 입법은 그 내용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바라보는 국민은 허수아비가 되고 언론은 족쇄를 채우는 법이다. 나는, 그 내용이 백번 옳다 해도 위헌 소지가 있는 그 법이 민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제한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라 말하고 싶다. 만일 개혁 입법을 쪽수의 힘으로 통과시킨다면 역사는 퇴행할 것이고, 이미 퇴행의 행보는 시작되었다.

사족 같지만 기억하라. '완장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민주당은 완장을 내려놓고 역사 앞에 주어진 개혁의 과제를 겸손하면서 비장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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