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니벨룽의 반지가 연상되는 대선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10-08 11: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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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판타지 소설, 절대 반지의 시조인 반지의 제왕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라인강 깊숙이 묻힌 황금을 세 요정이 지키고 있었다. 이 황금으로 반지를 만들어 소유하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난쟁이가 몰래 훔쳐 만든 게 니벨룽의 반지였다. 문제는 이 반지에는 저주가 담겨 있어 반지를 끼는 자에게 엄청난 비극이 닥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치열한 반지 쟁탈전 속에서 난쟁이를 포함한 그 누구도 파멸의 운명을 비껴가지 못했다. 반지를 끼는 순간 욕망의 노예가 되면서 전혀 딴사람으로 변했고 반지는 소유자의 주인이 돼 그를 맘껏 조종했다. 반지를 빼면 저주에서 풀려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만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자들은 결코 반지를 버리려 하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이 그토록 괴로워하면서도 끝까지 반지에 집착한 까닭이다.

권력이 뭔지, 대한민국 야심가들이 반지의 제왕 스토리의 삶을 살려고 아우성이다. 같은 당 어제 동지도 오늘은 적이 된다. 무한의 권력과 이권이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직을 두고 선거가 사생결단의 난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치는 나라를 바르게 하는 것이며 국가는 최선의 삶을 실현하는 공동체라는 당위를 비웃는 정치 모리배들이 절대 권력의 반지를 쟁취하기 위해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권모술수로 물든 정치판엔 오직 반지를 차지하려는 목표에 빠져 도덕과 규범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정치가 왜 이 지경이며 선거가 왜 이래야만 하는가. 정치판이라는 사각의 링에 올라서면 다 그렇다지만 입속에 칼을 머금고 죽기 살기로 상대를 공격한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후보자 사돈의 팔촌까지 다 들춘다. 철천지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다. 말의 수사(修辭)는 화려하지만, 행동은 배타와 적개심이 가득하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아수라판 속에 악을 악으로 제거하려는 방식으로는 악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들도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예전에 하든 짓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고질적인 후진 정치는 사람과 실력과 관계없이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있다.

지금 여, 야당 후보들이 경선의 링에서 벌이는 이종(異種)들의 경쟁은 불신의 싸움으로 아귀다툼하고 있다. 상대를 신뢰하지 않으니 비전 경쟁보단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상대 흠집 내기에 열공이다. 아무리 일등만이 모든 걸 차지하는 게임이라지만, 하지만 복싱, 주짓수, 무에타이 선수 출신들이 한 링에서 겨루는 이종격투기에도 룰이 있다. 쓰러진 상대를 가격하지 않더라도 깨물기, 눈 찌르기 같은 반칙은 하지 않는다. 룰을 넘어서는 싸움은 격투기가 아니라 개싸움일 뿐이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이 총체적 아수라 속에서도 이번 대선을 지배할 가장 유효한 변수는 현재로는 정권교체냐, 정권 유지냐가 될 것 같다는 게 선거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야당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하고 여당은 재집권에 성공해야 한다며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판에서는 참신한 정책과 대안이 꽃필 수 없고 좋은 대통령이 뽑혀질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대통령 선거가 5개월여 남았는데 각 당 후보들의 소리는 요란하지만, 마음에 쏙 와닿는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 게 이번 대통령 선거의 독특한 흐름이다. 이번 대선의 새 양상은 정치가 만인 대 만인의 갈등으로 바뀌어 가는 시대상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세상이 복잡해지고 유권자의 욕구는 한층 다양하고 까다로워졌지만, 후보들의 생각이 유권자의 생각을 뛰어넘는 후보가 없다는 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은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데 정작 국민들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조사해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호감도 내용을 보면 여당, 야당 빅4명 모두 '호감'보다 '비호감'이 훨씬 많았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후보자가 아무리 떠들어도 국민은 마음 둘 곳이 없다는 방증이다. 믿고 나라를 맡길만한 후보가 없다는 것은 무기력하고 서글프기만 하다.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 꿈과 희망을 주는 후보를 찾은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설령 지지하는 후보라 해도 그가 우리네 삶을 달라지게 해주리라는 확신이 있을까. 이대로라면 유권자들이 불행한 투표를 해야 할 공산이 크다. 진짜 마음에 들고 꼭 찍고 싶어 투표한다기보다는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투표할 후보가 마음에 들어 찍기보다는 상대 후보가 정말 미워서 그 사람만큼은 당선 안 되게 하려고 역선택으로 다른 사람을 찍을 공산이 크다. 이래서야 어떻게 올바른 선거라 할 수 있겠는가. 미래를 믿고 맡길 사람을 뽑는 게 선거인데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여ㆍ야 경선이 날이 갈수록 난장판으로 가고 있다. 고소, 고발이 난무한 것을 보며 이렇게 가다가는 국민이 아닌 검찰이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게 아니냐는 자조의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전투의 수장이 누가 될지 초미의 관심이다. 물론 전투에서 승리해야 하고 승리를 위해 장수의 구실이 최고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당은 현 정권의 실정을 덮기 위한 불순한 동기에서, 야당은 정치적 탄압에서 보복을 위해 움직인다면 설사 선거에 이긴들 국민들에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여ㆍ야 1위 후보 간 볼썽사나운 고발 폭로전을 벌일 때 국민은 그 싹수를 알아봤다. 정치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함이 아연할 뿐이다.

권력이 뭐기에 이토록 니벨룽 반지에 집착하는가.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서 국민의 어깨를 누르는 짐을 내려주는 큰 정치의 이상이 없다면 승리가 오히려 독이 수 있다는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역대 대통령들이 손에서 반지를 끼는 순간부터 불행해졌다는 사실을 대선 후보들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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