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새로운 변화의 신드롬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6-25 12:35:50
  • -
  • +
  • 인쇄
▲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우리 사회의 구조는 젊은 세대에게는 영혼을 갉아먹는 과도한 경쟁 구조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주관적 행복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엔 과다한 학습에 시달리고 대학에 가서는 높은 등록금과 취업경쟁에 시달리는 것이 젊은 영혼들이 맞다 들이는 현실이다.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 사회 첫걸음부터 부딪히는 '취업 절벽'과' 주거 절망' 문제는 청년들에겐 기회가 박탈된 희망이 없는 사회로 보여진다.

국가 정치의 유형이 바뀌고 있다. 30대 청년 당수(黨首)는 먼 서유럽 국가의 얘기일 뿐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수구꼴통당' '영남당' '꼰대당'의 상징인 국민의힘으론 안 된다는 인식을 확 바뀌었다.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외면해 왔던 청년층, 그중에서도 2030대에서 특히 변화에 강한 요구가 일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이변은 가히 '이준석 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기존 정치 사회의 통념을 흔드는 이 현상은 우리 정치판 축을 통째로 흔들며 기성 정치인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총선 3회 도전의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평범함의 껍질을 벗고 비범함의 단계로 진화해가는 이준석은 더 이상 시정의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아니다. 어느새 대선 반열에 정치인이 된 것이다. 그는 젊어서이기도 하겠지만 2030의 대변자로서의 역할과 기대가 한층 더 하기 때문일 터이다.

이준석 현상은 2030 청년들의 생각이 심상치 않다는 걸 보여줬다. 급격한 산업사회로 변신에 따라 필히 발생되는 구조적 문제와 기성세대의 불공정으로 불 지핀 불평등을 보며 인내가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그들의 분노는 한국 좌우 구도의 정치를 신구(新舊) 대결로 바꿔놓았다. 우리는 지금 그들의 활동과 현상이 전적으로 정당하고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보수ㆍ우파의 정치적 정체(停滯)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한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현실 정치에 무관하던 2030세대가 변화의 중심에서 반란의 깃발을 흔들며 '꼰대 정치'를 강퇴시켰다. 그동안 기성세대 삶의 형태를 곰곰이 따져보면 변화를 불러일으킨 모든 문제는 그들 안에 숨어 있다. 과학적 지식의 객관적 우월성, 경제적 효율만을 내세우는 전문가적 독선, 자신이 가진 우려의 진정성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운동가의 아집, 그리고 소통과 합의 대신 희생양을 찾아 나선 '비난의 정치'가 그것이다. 그들은 현 사회가 공정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고 꼰대 정치를 펴 온 장본인들이다. 2030세대는 그 낡고 고루한 정치에 파산 선고를 한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거주에 대한 불안정과 취업의 절벽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현실에 2030세대의 좌절과 분노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촛불 시위 때 대규모 참여로 정권 교체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지만 민주당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아무런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세상은 촛불 시위 이전 그대로였고 가난한 자는 역시 가난하며 부유한 자는 언제나 부유했다. 정의마저 바래갔다.

세상은 디지털 혁명으로 빠른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데 기성세대는 변화보다는 안주를 택하며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은 다시 촛불 시위 이전 시간으로 귀환시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변화의 동인(動因)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문제는 변화 자체라기보다, 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다. 지금 목격하고 있는 이 현상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관리해왔던 기성세대가 그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 행동의 스펙터클에 놀라기보다 이 행동을 어떻게 근본적인 변화에 인식으로 향하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의 원인이 기성세대의 잘못된 정치 행위를 바꾸자는 것으로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상황은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체제의 모순 때문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기에 체제에 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냥 만들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새로운 질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통해 주어진다.

2030세대가 외치는 정치적 구호와 현 시대적 절박함은 정치인들의 잘못된 가치관을 말하는 게 아니다. 좌우세력의 진영 논리도 아니기에 특정 정당은 좋고, 또 다른 정당은 나쁜 것 인양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꼭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에서 지배층이 과도하게 득세하면 피지배층은 어떻게 했는가에 관해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이 현상을 통해 '다른 정치'라는 새로운 정치 어젠다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만이 지금 분출하고 있는 2030세대의 시대적 요구를 재배치할 수 있는 합당한 길이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철원 논설위원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