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수능 한국사 문제, 비판 논란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20-12-08 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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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 = 최충웅 언론학 박사] 코로나 대유행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나마 큰 대과없이 치러졌으나, 수능 한국사 20번 문제를 둘러싼 난이도와 출제 의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또한 7일 현재 수능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400건에 육박하고 있으며, 서울·대전서 예정보다 일찍 울린 시험 종료 종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국사 문제의 난이도 면에서 초등학생도 풀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문제가 과연 대학 입시 수준의 문제인지가 의심스럽고 지나치게 쉬워 터무니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선 한국사 20번 문제는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은?’ 연설문은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영의 세 시대를 열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자주적으로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북의 호응으로 큰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통일은 소망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라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2년 1월 10일 연두 기자회견 중 연설문이 보기로 주어졌다. 남북 평화를 희망하는 내용을 발췌한 부분을 제시한 후 이 연설이 행해진 정부의 정책을 고르는 5지선다형이다.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정답인 5번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를 제외한 나머지 선택지는 모두 현대사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다. 1∼4번은 고려∼조선 등 현대와 동떨어진 전혀 다른 시대의 정책들이 소개됐다. 1번 ‘당백전을 발행하였다’는 조선시대, 2번 ‘도병마사를 설치하였다’와 3번 ‘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다’는 고려시대, 4번 ‘대마도(쓰시마섬)를 정벌하였다’는 고려·조선시대의 일이다.

정답인 5번만 현대사인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이어서 국사에 관심이 없는 초등학생도 쉽게 답을 골라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문제의 변별력 상실을 넘어 터무니없는 선택지들이 나와 몇 년간 힘들게 준비한 수험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문제의 배점은 가장 높은 3점이다. 3점짜리 문제는 한국사 총 20문제 중 10개다. 더욱이 난도가 높은 배점 3점짜리 문제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혹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공부 잘 못한 재학생을 배려한다더니, 이 문제가 바로 그거냐” “보너스 문제라고 해도 너무 심하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숙원 사업인 평화 통일을 홍보하기 위해 굳이 변별력이 전혀 없는 문제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출제자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반면 정권 홍보 차원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수능 4교시 한국사 영역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영역이지만 그렇다 해도 출제진이 성의없게 문제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험생들은 인터넷상에서 답안이 ‘너무 뜬금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거저먹는 문제인데 쉬운 수준을 떠나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성의 없는 문제로 정권 홍보나, 정부 맞춤형 문제냐” “수능 문제인지 통일 교육인지”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 인사들은 해당 문제를 잇달아 언급하며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 문제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물었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신경 쓰니 대놓고 정부 맞춤형 문제를 낸 것 아니냐” “세뇌 교육이냐” "수험생에게 뻔한 답을 주는 환심구매용 문항", "이게 선거운동 정권홍보지 시험문제냐" “성의 없는 문제로 정권 홍보” "문제를 보고 발끈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분명 출제자의 정치적 의도가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굳이 저렇게 대놓고 남북 평화 정책 내세워야 하나?” 이에 윤 의원 페이스북 답글에는 “정권 정책 홍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출제자의 정치적 의도가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 등의 글이 달렸다.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한국사 영역 20번 문항에 대해 이 “문제 검토 과정에서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수능은 문제를 낸 뒤 1차 검토, 전문가 교차 검토 등 다수의 검토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사 20번 관련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뜻이다. 평가원은 해당 문항의 답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도록 출제한 데 대해 “다른 3점짜리 문제도 전체적으로 패턴이 같았다”고 해명했다.

수능 출제본부는 4교시 한국사 영역에 대해 "한국사에 대한 기본소양을 갖췄는지 평가하기 위해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또 단원·시대별로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핵심 내용 위주로 출제해 학교 수업을 통해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출제했다. "문항의 소재는 8종의 교과서에 공통으로 수록돼 있는 내용을 활용했다"며 "특정 교과서에만 수록돼 이는 지엽적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능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7일 현재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지난 3일부터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총 383건의 이의 신청 게시글이 올라왔다. 국어 영역에서 이의 신청이 133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어 영역은 전문가들 예상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평가원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이의신청을 접수해 심사한 후 14일 정답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과 대전서 예정보다 일찍 울린 시험 종료 종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덕원여고에서는 수능 탐구영역 시험이 진행된 4교시 첫 번째 선택과목 시험의 종료 종이 2∼3분 정도 일찍 울려 학생들이 예정보다 일찍 답안지를 내야 했다. 대전여고에서도 4교시 탐구영역 첫 번째 선택과목 종료 종이 3분 일찍 울려 시험지를 회수하던 도중 이를 중단하고 다시 3분의 추가 시간을 부여했다. 감독관들이 시험 종료 종에 오류가 있었던 것을 알고 다시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주고 추가 시간만큼 더 풀도록 했으나 학생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야 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재발 방지 해달라" 글이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9천200여명이 동의했다. 불이익을 당했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구제 절차가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수험생의 학부모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수능일을 위해 노력하고 힘써 왔던 모든 학생은 그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부모로서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고 적었다. 이어 "아이들이 노력한 대가가 이렇게 허무한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며 "이에 대한 구제방안은 없는 것인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해당 시험실에서 시험을 친 학생들에 대한 추가 조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해마다 수능을 치룬 뒤에는 출제의 난이도 문제, 정답의 중복문제, 출제 구성의 논리성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논란이 되어왔다. 이번 경우처럼 초등학생도 누구나 맞힐 만한 변별력 없는 문제에다 정치적인 논란까지 불러온 것은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의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대입제도가 무수히 개편되어 왔건만 교육의 백년대계를 향한 제도의 안착이 요원해 보인다. 이를 위해 창의적인 각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사교육 타개와 교육 불평등까지 해결하는 창의력 평가 방법을 확립해야 한다. 창조형 입시제도의 도입으로 한국 교육의 고질적 문제인 사교육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미래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입시제도가 정착되기를 고대해 본다.

[필자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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