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공공성이 무시된 눈높이 통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8-14 15: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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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2022년 대선을 앞둔 정국이 뜨겁다. 천운이 따라야만 당선된다는 대통령 자리를 여ㆍ야당을 가릴 것 없이 욕심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마치 대통령을 시골학교 반장 선거 하듯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야심가들이 많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는 걸 지나간 역사가 일깨워 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자리는 경쟁자와 치열한 싸움을 거치며 어렵게 차지한 것임에도 우리는 아직 성공한 전직 대통령을 한 명도 갖고 있지 않다. 역대 대통령 열 명 중 일곱 명이 불행한 결과를 맞고, 두 명이 수감 상태에 있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퇴임 후 불행하게 되는가. 그 근간에는 우리사회 대통령들은 객관적 조건은 무시한 채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여 자신만의 눈높이 정치로 헌법 가치를 훼손했고 민심을 역행하는 통치가 주요 원인이다.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 다음과 같이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할 것입니다.' 이 조항은 대통령 자격의 시작이고 끝으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무한 책임과 봉사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지난 과거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련의 정치 형태를 보며 대통령은 과연 취임 선서에서 국민과 약속한 헌법을. 준수했는가? 지나친 신념으로 민심을 외면한 내 멋대로 통치를 하지 않았는가에 의구심이 생긴다.

2016년 말 촛불 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무능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출이었다. 국민은 정권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낳았다. 세상은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국정 운영이나 리더십 모두 이전 정부와 딱히 달라진 것도, 별로 나아진 것도 없다. 대통령직은 얼굴과 집권당의 간판만 바뀌었을 뿐 정치가 똑같이 답답하고 무기력한 시간의 반복이 연속이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간 그냥 제자리에 정체된 채 머물러 있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민심을 외면한 자신들의 눈높이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으로 민의(民意) 중심이 아닌 국가 주도적, 대통령 중심적,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과 소수 측근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리더십으로 정치를 했다. 박근혜정권의 불통, 농간 정치와 문재인정권의 내 편 정치는 민의의 기본적 공론은 아예 무시됐다. 특히 현 정권은 삶의 기본인 식주(食住)문제, 청년 실업 문제, 저 출산 문제 등 국가 미래 비전의 정치보다 과거 청산 정치로 일관했다.

정치가 왜 이 모양인가. 국민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눈높이가 국민이 생각하는 눈높이와 이렇게도 차이가 많을까? 그 본질에는 분명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구조에 있다. 대통령 1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구조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에게 무한정으로 부여된 '임면권'은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의 독립적 원칙을 유명무실하게 만든다. 모든 인사를 내 편으로 채우면서 헌법을 뛰어넘는 정치를 하여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마땅한 장치가 없다. 왕조시대의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잘못된 정치구조로는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이 미치는 '공공성'에는 눈길이 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못된 '정치구조'와 '니가 뭐라 해도 나는 간다'라는 옹고집 정치의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미쳐 있다. 사적(私的) 이익과 집단이기주의가 공공성의 기반을 질식시키는 공적(公的) 가치의 부재현상이 만연해 있다.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춘 올바르지 못한 정치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극심한 양극화, 불공정한 경제사회적 관행이 한국사회를 분노와 스트레스, 울분, 혈기의 분출이 가득한 거대 울혈(鬱血)사회로 만들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야당 대표에 선출직 무선(無選)의 30대 젊은 지도자가 등장했다. 어느 정권이든 상관없이 삶을 더 어렵게 만든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가져온 결과다. 현 정치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에 대한 공감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 근원을 보면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열망이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다.

변화를 염원하는 주원인은 민의와 공공성의 중요성을 도외시한 눈높이 정치의 때문으로, 이것야말로 국민을 무시한 비상식적 몰염치 정치다. 비상식적 정치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필요한 시대정신은 '상식의 복원'이다 내년 대선 승리는 과거식의 정치 문법과 지연, 혈연, 세대, 계층 편승의 정치공학적인 계산보다 민심의 바탕에 흐르고 있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변화의 요구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느냐 하는 데 달려 있다. 국민이 원하는 평등과 공정은 특별한 게 아닌 상식적 평등과 공정이다.

나쁜 정치는 국민의 삶을 피폐시키고 역사를 후퇴시킨다. 그래서 정치인은 시대적 감각과 균형감각을 지녀야 한다. 대선 열기가 날이 갈수록 뜨거운 지금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많은 이들의 눈높이는 과연 어느 곳에 고정되어 있는가. 지금까지 대통령은 왜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는가. 헌법 조항에 명시된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올바른 해석은 정의, 평등, 공정보다 '공공성'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통령을 하겠다는 야심가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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