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제2의 신(神) 미디어’의 신뢰와 품격 저널리즘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21-08-02 15: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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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 = 최충웅 언론학 박사] ‘미디어’가 ‘제2의 신(神)’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토니 슈바르츠(T. Schwartz)는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디어를 ‘제2의 신(神)’으로 명명했다. 미디어는 전파를 타고 어느 곳에서도 누구나 접할 수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와 뉴스 생산으로 사회에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므로 신이 지닌 무소부재(無所不在)와 창조력(콘텐츠)을 지닌다는 의미다.

그런데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디어의 신뢰도는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에서 한국이 조사대상 40개국 중 언론 신뢰도 21%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9 언론수용자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언론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37.7%로, 공정하다는 의견(21.9%) 보다 15.8% 높게 조사되었고, 정확하지 않다 31.1%, 신뢰할 수 없다 30.6%로 나타났다.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World Press Freedom Index) 2020년 4월 발표에서는 한국이 42위였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매년 180개국을 대상으로 언론보도의 투명성,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언론의 자본 독립성, 자기 검열 수준, 뉴스 생산구조 등의 항목을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세계은행기준 인구수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되며, 특파원, 법률전문가, 언론인, 인권 운동가 등의 패널들이 참여하여 설문을 진행한다. 1위는 노르웨이, 2위 핀란드, 3위 덴마크, 4위 스웨덴, 5위 네델란드 순이다. 독일은 11위, 프랑스 34위, 영국 35위 중국 177위, 북한 180위 였다.

우리나라 ‘뉴스’가 시민들의 신뢰를 잃고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 자유도는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언론의 신뢰도 하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범세계적 현상이긴 하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더욱 심각한 저널리즘 불신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언론의 자유지수는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신뢰도는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내재해 있다.

우선 언론의 신뢰 추락 배경의 가장 비중 있는 요인은 미디어 환경 변화를 들 수 있다. 먼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매체와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우후죽순식의 신규 언론사가 급증했다. 뉴스전문 채널인 YTN 등장 이후 연합뉴스TV와 뉴스보도 편성이 가능한 종편채널이 4개나 늘어나 뉴스의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봇물처럼 터져 나온 인터넷신문의 대거 양산으로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미디어별 이용 행태를 보면 인터넷 뉴스 이용률은 80.0%, 모바일 인터넷 뉴스 이용률은 79.6%이다. 모바일 디지털 시대에 개인의 정보 생산과 유통이 용이해지고 언론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검증과 확인을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들이 여과 없이 확산된 것이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대중적 확산으로 가짜뉴스, 루머, 음모론 등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무차별 확산됨에 따라 언론 전반의 신뢰도와 품격까지 훼손되고 있다.

다양한 매체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회수 올리기로 과장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내세우기 일쑤다. 광고 수익을 올리는 기사로 이른바 '낚시 기사'인 ‘클릭베이트(click-bait)’의 선정적·기만적 뉴스콘텐츠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저질 뉴스는 곧바로 언론과 뉴스 신뢰도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디어 신뢰도에 치명타는 역시 가짜뉴스다. 가짜뉴스와 오보는 허위 정보로 인해 국민들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끼쳐 정치 불신으로 정치참여 저하와 공공문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보와 가짜뉴스로 인해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통합을 방해한다. 특히 가짜뉴스는 편가르기와 거짓선동의 방편으로 견해가 서로 다른 사람끼리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며, 이념, 지역, 종교, 성별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겨 언론의 신뢰도를 추락시킨다.

또한 미디어 신뢰도 약화는 언론의 도덕성 결여에 있다. 과열취재 경쟁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보, 초상권이나 프라이버시 등 인권침해 논란으로 언론 불신이 야기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적 기준에서 ‘저신뢰 사회’ 중 하나로 분류 된다.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언론 신뢰가 낮은 것은 한국의 사회적 ‘저신뢰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정파성 문제로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이념적 편향성과 진영논리의 확산에 따른 권언유착 및 정언유착의 폐단점이기도 하다. 사회, 경제, 정치적 갈등의 심화와 양극화로 인한 언론의 진영논리와 자사이기주의가 한국 언론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신의 의견에 부합하는 정치적 성향, 선호도, 가치관 등에 맞는 뉴스를 골라서 소비함에 따라 자신의 견해와 다른 뉴스에 대한 상대적 불신 문제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언론 신뢰를 가늠하는 잣대는 뉴스의 품격문제이다.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 부족에 속보경쟁, 미확인 보도, 선정보도 등 품격이 낮은 기사와 기자의 전문성 취약 부분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취재원에 따른 편파성과 속보 경쟁으로 발생하는 오보, 낚시 기사 등 잘못된 기사가 결국 언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언론 신뢰 문제의 외적 요인으로는 언론사들의 난립으로 광고자원의 한정에 따른 경영 경쟁의 가속화와 자본에의 종속에 기인되고 있다. 지나친 광고 의존도에 따른 광고주의 개입과 압력에 의한 언론 독립성 침해, 정권이나 정당 또는 정치세력의 개입 또는 압력에 의한 언론 독립성 침해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언론의 위기는 단순히 신뢰도 하락의 문제를 넘어서서, 언론에 대한 ‘혐오’ 수준에 이른다는 점에서 위기의 성격이 다르다. 언론인의 의식과 자질, 전문성, 윤리성 등 잘못된 관행들로 오죽하면 언론인을 ‘기레기’라는 모멸적 표현으로 투영되고 있을까.

뉴스 위기는 결국 신뢰도의 위기다. 뉴스의 신뢰도와 품격 저널리즘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언론의 진실성이다. 언론의 독립성과 권력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본분으로 뉴스를 포괄적이고 균형감 있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특히 기자 윤리와 재교육 문제 등 언론 스스로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실현이다. 언론의 자유가 그 어느 때 보다 개선된 지금, 언론 자유와 사회적 책임의 균형점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언론 내부적으로 ‘품격 있는 보도’에 대한 합리적 인식과 합의된 기준이 필요하다.

수용자는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배양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필터 버블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정보를 찾아 해독할 수 있는 디지털 접근과 통제능력을 길러야 한다.

언론인은 전문직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감당하며, 해당 분야의 전문성 함양에 노력하고, 높은 윤리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언론개혁은 외부적 강제가 아닌 내부적 자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의 품격이 추락한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뼈를 깎는 성찰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디어가 ‘제2의 신’이라는 존재가치를 누리자면 미디어 신뢰도부터 앞서야 한다.

 

[필자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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