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 ‘장혜은’ 내 꿈을 이루어 준 시니어모델

‘장혜은’ 시니어 모델 / 기사승인 : 2021-05-13 14: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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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떤 일이? 상상하면 행복감 스멀스멀
우울증과 불면증은 소리 없이 내 곁을 떠났다
‘일거양득’ 건강과 외모도 예전 모습을 되찾아
▲ ‘장혜은’ 시니어 모델
● 촬영은 힘들지만 ‘즐겁고 행복’

택시를 타고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기분 좋은 이 피로감이 좋다. 낮 12시에 목동에서 1차 홈쇼핑 인서트 촬영 후 2차로 파주에서 TV 광고 촬영을 마저 끝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하루 두 건의 촬영은 다소 힘들지만,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메이크업을 지우고 와인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은 나에겐 커다란 축복이다. 게다가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라는 상상하면 행복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는 평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행사가 있던 그 날도 다름없이 큰 의상 가방을 끌고 지하철과 버스를 아홉 번씩이나 갈아타며 촬영장에 들어선다. 마치 개선장군 같다.

촬영하기도 전에 지쳐 피로감이 살짝 몰려온다. 아뿔싸, 스케줄에 쫓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과자로 두 끼 식사를 때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그 정도는 충분히 견딘다.

흔히 예술가들은 어딘가에 빠지면 밥도 굶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몰입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예술가 근처도 가지 못하지만, 요즘엔 그 이상인 듯하다. 헝가리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뭔가에 몰입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나도 모르는 새 내가 꼭 그 짝이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스스로 놀란다.

내가 맡은 역할은 아이에게 헌신하는 엄마, 어느새 얼굴에 주름 가득한 엄마, 자상한 할머니로 출발해 지금은 뷰티, 쥬얼리, 패션 쪽까지 진출했다.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이 바쁨이 얼마나 소중한가?

▲ 유한양행 삐콤씨 광고 촬영 현장

●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모델 되기’

사실 내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편집자 주)중 하나가 모델 되기였다. 여동생은 큰 키와 예쁜 몸매로 패션모델이 되었다. 모델 일에 전혀 관심이 없던 그녀는 뜻밖에 길거리 캐스팅이 되었다. 그 후 그녀는 모델라인에 들어가 모델 수업을 받아 패션모델이 되어 활동 중이다.

꿈과 의욕이 넘쳐도 모델의 필요충분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 모델 일이다. 나는 진작에 그 꿈을 가졌지만 접고야 말았다. 나의 어중간한 키와 외모가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쉰 살쯤 되었을 때 에이전시 대표가 우연히 건네준 명함 한 장이 모델의 길로 나를 이끌었다. 십 대나 이십 대 패션모델만 주목받던 시대를 지나 이제 중장년층 모델이 점점 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시니어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남에 따라 모델 시장의 양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옆집 할머니 같으며 편안하고 친숙한 나의 이미지도 필요한 곳이 생긴 것이다. 백세 시대에 소비의 주요 세대가 바로 베이비부머들이다.

특히 그들은 예전 노인이 갖는 의식과 소비 행태와는 전혀 딴판이다. 좀 더 멋지고 개성 있는 자아를 표현하고자 소비하는 ‘골든 그레이’들이라 청바지에 화려한 의상으로 젊은이들 못지않게 거리를 활보한다.

자식과의 동거도 불편해하고 자기 발전을 위한 동호회 모임, 문화센터 등에서 자기 발전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시니어 시장은 방대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을 위한 의상과 먹거리, 가전제품, 건강식품, 보험 등의 판매량이 늘고 자연히 그에 따른 광고 수요도 는다.

사람들은 광고 모델이 입은 옷을 사는 등 모델을 따라 하는 경향이 많다. 그에 편승해 나 같은 시니어모델이 필요하며, 그 분야도 급부상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시류에 따라 모델의 꿈을 이루게 된 셈이다.

사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시댁과의 갈등이 심했다. 그에 따른 무기력증으로 점점 살이 찌고 외양도 보기 싫게 변해갔다. 고혈압, 고지혈증, 족저근막염까지 오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우울증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의사로부터 우울증에 트레킹이 좋다는 권유를 받고 그것을 고치고자 햇살을 받으며 걷기 시작했다.

과하다 할 정도로 걸었다. 드디어 조금씩 살이 빠지고 우울증도 완화되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건강과 외모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 무렵 우연히 만난 광고 에이전시와의 인연이 나를 모델로 변신시켰다.

● 오디션! 언제나 긴장되고 떨린다.

오디션을 보는 건 언제나 긴장되고 떨린다. 그 설렘이 너무 좋다. 이 나이에 콩닥거리는 가슴이 신선하다. 내가 출연한 영상이 TV로, 유튜브로, 전광판으로 나올 때 느끼는 희열이란 뭐라 표현할 수 없다.

쓸모없다고 생각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재탄생할 기회를 얻은 것이 천하를 얻은 것보다 기쁘다. 앞으로 60살이나 70살의 나이가 되어도 더 잘될 거라는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수없이 떨어지는 오디션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최종 모델로 선택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모델은 선택되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선택받기 위해서는 내가 선택되도록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박지성이나 김연아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발에 피멍이 지도록 연습했듯이 모델도 그와 비슷하다.

건강은 기본이고 걸음걸이 연습에서부터 자세와 눈빛, 품격 있는 매무새, 피부 등등에 매사 신경 쓰며 그에 따른 교양과 적절한 언어 사용과 표정도 중요하다. 그 점을 시시때때로 생각하고 연습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나는 체중감량에 성공했으며, 흔히들 말하는 ‘보톡스’와 ‘필러’는 하지 않는다. 나이에 걸맞은 태도와 모습으로 내게 맞는 모델을 지향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자연스러운 편안함이 내 이미지의 장점이다.

그 이미지로 내 영역을 넓혀 가리라. 그러기에 나이 듦이 두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자랑스럽다. 모델 일 덕분에 내 마음에 자신감이 넘치고 앞으로 더 잘 될 거라는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 ‘날씬해졌고 수입도 늘어나’

20년 전업주부로서의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델 일을 하면서 가정경제에 도움도 되고 나를 가꾸며 노력하다 보니 그간 짓누르던 고질병도 사라졌다. 날씬해졌고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나는 일거양득의 삶을 살게 되었다. 제2의 인생을 사는 지금이 가장 보람되고 감사하다. 예전에 들었던 새마을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일하는 보람을 어디다 비기랴’처럼 일 자체가 보람이다. 일하는 보람을 어디에 비기겠는가. 주어지는 일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작고 궂은일도 주어지는 대로 감사히 여긴다.

“엄마, 내 친구들이 TV 광고에 나오는 엄마를 보고 부러워해. 자기 엄마도 관리하고 가꾸었으면 좋겠대.” 어느 날 딸아이가 자랑스레 건네는 말에 엄마인 나도 좀 우쭐했다. 게다가 일이 나의 즐거움이 되었고 우울증과 불면증은 소리 없이 내 곁을 떠났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다. 모델 일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어야 한다. 오디션에 떨어지는 수많은 경험을 해야 하고, 밤샘 촬영과 더위나 추위를 이겨야 할 야외촬영도 있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하면서 건강해졌고 밝은 미래를 예견하는 지혜를 얻었다.

“이 나이에 무슨~” 우리는 무심히 이런 말을 한다. 스스로 나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가두는 것은 아닐까? 나는 50살이 되어서야 어릴 적 꿈이었던 광고 모델이 되었다. 유명 연예인처럼 아름다운 모델일 필요도 없다. 일상의 여인인 고생하는 엄마가 되기도 하고 아기 봐주는 할머니가 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생활 속 모델의 연출인 것이다.

꿈은 젊은 사람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든 사람도 꿈꿀 수 있고, 이룰 수 있다. 스스로 노인인 양 ‘이 나이에~’를 말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자기가 원하는 분야가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해 좋은 기회를 맞이하길 바란다.

◑ 프로필
동성제약 랑스크림 모델
유한킴벌리 디팬드 모델
아모레한율화장품 모델
동아제약 비겐크림톤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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